베트남 종단열차에 몸을 싣다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베트남을 종단한다. 남부 대표도시 사이공부터 북부에 위치한 수도 하노이까지를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두 도시를 잇는 철도의 길이만 1726km, 여기서 북부의 사파까지 한참을 더 가야하니, 총 거리가 2000km를 훌쩍 넘는다. 서울과 부산이 400km 남짓이니 베트남 종단은 꽤나 긴 여정이 분명하다.
몇 년 전 블라디보스톡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열차여행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 박경리 선생 동상이 막 섰던 참이고, 그 도시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묻혀 있기에 그들을 찾는 여행이었다. 이때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만 9288km이고 모스크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가 700km가 넘어 꼭 1만km를 달려야 했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그 2할쯤에 해당하는 것이다.
협궤 위를 달리는 베트남 종단열차는 세계 열차여행 중 상위 난이도로 꼽힌다. 협궤는 표준궤로 불리는 궤간 거리 1435mm보다 좁은 폭을 이르는 용어로, 베트남은 협궤를 쓰는 대표 국가다. 협궤는 통상 토지가 표준궤를 놓기 어려울 만큼 척박하거나(늪지대, 동토, 고저차 등), 초기비용을 적게 들일 요구가 큰 경우에 설치된다. 식민지에선 후자의 이유로 협궤가 깔리는 것이 보통인데 베트남은 산악지대까지 많아 독립 후에도 협궤철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520mm 광궤 위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비하면 1000mm 미터궤간을 안정적으로 달려야 하는 베트남 종단열차는 폭이 훨씬 좁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횡으로 누인 침대는 길이가 짧고 복도도 좁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체구가 작은 베트남인들에게도 좁게 느껴지니 상대적으로 큰 여행객들은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이 불편이 되려 베트남 열차의 매력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베트남적인 것을 체험하려는 이들에게 베트남의 협궤와 야간열차 여행이 색다른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이공역에서 오후 6시30분 출발해 다음날 낮 1시에 뀌년에 내린 나의 여정도 제법 즐거웠다. 같은 칸에서 내내 시끄럽게 통화하던 사내와 약간의 언쟁 아닌 언쟁이 있었고, 그 덕에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도 되었다. 인심 좋은 같은 칸 이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베트남 종단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열차가 해안을 따라 올라간다는 점에 있다. 동해안을 끼고 올라가는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건 불편하지만 특색 있는 일이다.
2022. 9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