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고 선물을 받았다. 봉투에 든 무엇이었다. 다른 이야기에 여념이 없던터라 대충 외투 안쪽에 밀어넣었다. 그렇게 일어난 자리, 한참을 걷다보니 이 옷에는 안주머니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만다. 황급히 여기저길 더듬어보지만 봉투는 오간 데 없다. 어서 있던 자리로 돌아갔으나 때는 늦었다. 봉투는 그렇게 영영 나를 떠났다. 봉투를 준 이도, 받은 나도 당혹스럽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는 선물을 내게 주었고 나는 그것을 받았음이다. 또 누가 그 봉투를 주웠다면 때아닌 횡재가 아니겠는가. 선물 하나로 주는 이와 받는 이와 주운 이까지가 모두 다 득을 보았으니 경제의 효과란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닌지. 떠난 것은 떠난 대로 보내주고서 나는 나의 내일로 걸어갈 뿐이다.
2023. 3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