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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Jan 20. 2024

선충사에서

단상

사당의 이름은 선충사. 임진왜란 때 원균, 정유재란 때 이순신 휘하에서 싸운 가리포첨사 겸 조방장 이영남을 모신 사당이다. 이순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순국했다.


 <난중일기>에 몇차례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가 어떤 성품을 지녔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원균 휘하에서 이순신 진용을 오갈 만큼 양측의 신망을 얻었고, 또 이순신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정보를 공유할 만큼 친분을 가진 장수란 점은 인상 깊다. 젊은 나이로 전사하기까지 활약상이 구체적으로 남아있진 않으나 그가 이순신의 여러 승전에 함께하며 무공을 세웠단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그를 모셨다는 선충사를 찾으면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화재가 갖춰야 할 기본 또한 발견할 수 없다. 안내문에 담긴 정보 중 상당수는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조차 없는 것인데, 누구는 이영남이 양성 이씨로 진천이 고향이라 하고 또 누구는 전의 이씨로 전주 태생이라 하는 것이다. 기록은 빈약하고 참전한 이영남 또한 여럿인지라 검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겠으나 사적을 갖추고 기억하려 한다면 보다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전주 선충사를 찾은 건 결국 헛걸음이 되었다. 색이 바랜 홍살문과 난삽하고 허술한 문장이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하게 할 뿐이다.



2023. 5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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