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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ep 13. 2023

추모공간은 테마파크, 지하철은 도시철도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문득 떠오른 건 20여년 전의 참사였다. 도시가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다루는지를 알기 위하여, 또 참사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은 것이다. 시내로부터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나아가 팔공산 자락까지 가야만 이곳이 나왔다. 참사는 대구 중심 중앙역에서 있었는데 추모를 위한 장소를 시 외곽에 두었다는 게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내부는 더욱 안타까웠다. '안전'과 '테마'와 '파크'란 명칭이 내보이듯, 추모보단 온갖 전시물을 얼기설기 배치한 모습이 그 정체성을 의심케 했다. 교통안전과 관련한 전시장은 전체 건물에서도 일부일 뿐인데, 그 공간마저 채우기 벅차보이니 이 넓은 건물이 대체 무슨 쓸모인지 알 수가 없었다.


 희생자며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시피하고, 홍수며 태풍 등 재난에 대한 개략적인 해설만 기계적으로 흘러나왔다. 좀처럼 관심을 끌기 어려운 전시물과 시각자료가 전시물 대부분을 이뤘다. 열화상카메라며 비접촉식온도계며 화재감지기, 광학불꽃감지기 같은 장비를 놓아둔 곳은 말 그대로 전시를 위한 전시일 뿐 어떠한 감흥도 일으키지 못할 게 분명하다.


 전시관 밖에는 그래도 조형물이 세워져 추모의 역할을 일부나마 수행하고 있었다. '명상의 공간'이라 이름 붙은 조형물로,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간간이 찾아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고들 하였다. 조형물 아래엔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돌판이 있고, 나보다 먼저 이곳을 찾은 이가 생수병을 따 놓고 간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명상이라 에둘러 표현하는 대신 직접적으로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추모하는 작품이라면 어땠을까. 나는 어쩐지 시가 참사를 지우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었다.


 다크투어리즘은 오늘날 관광의 한 장르를 이룰 만큼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과거의 비극을 감추지 않고 내보임으로써 새 시대의 시민이며 관광객에게 제 과오와 각오를 내보이는 행위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부터 프랑스와 독일의 유태인 학살지,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티, 베트남의 인도차이나 전쟁 민간인 학살지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유독 추모시설을 혐오시설로 대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오늘의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가 보여주듯 말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거듭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것에 비추어볼 때, 또한 그때마다 시스템과 행정의 문제가 지적되곤 한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한국사회가 모든 참사를 보다 정면으로 바라봐야만 했던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추모공간이 테마파크가 되고 지하철을 도시철도라 부른다 해서 역사가 역사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닌 것이다.



2022. 1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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