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야 May 22. 2024

노르웨이 인터내셔널 커리어 페어 다녀온 후기

The International Career Fair 2024

오늘은 일을 마치고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커리어 페어(The International Career Fair 2024)에 다녀왔다. 인터내셔널 커리어 페어는 고등교육을 마친 외국인 그리고 인재가 필요한 기업을 연결해 주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페어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퇴근하고 가니 4시 30분 정도가 되어 페어가 열리는 장소 앞에 도착했는데 그 흔한 입간판, 포스트 한 장 또한 붙여있지 않았다. 홍보, 안내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대부분의 행사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걸 나름 몇 차례 봐와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게 된다.


건물 입구에서 1층 내부를 살펴보니 사람 한 명도 없어 입장이 끝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해 돌아가야 하나 싶었는 데, 일단 1층을 들어가서 계단 쪽으로 가니 사람들 대화 소리가 들렸고 2층에 올라가니 인터내셔널 커리어 페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근데 역시 안내원 한 명도 없었고 누가 주최 측인지 알 수도 없었다.


심지어 주최 측 사이트에 행사에 대한 진행 시간 내용 등을 알 수가 없어 아쉬웠는 데 해당 장소에 스크린으로 시간과 개요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CAREER GUIDANCE는 3층이라고 안내 종이가 눈에 띄어 올라갔더니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앞사람에게 왜 기다리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 내부 준비가 안 됐다고 그래서 기다리는 거라고 했다. 이후 10분 정도 더 기다린 후에 문이 열렸고 한 분이 한 명 한 명 어느 자리로 가야 할지 배정을 해줬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취지로 진행되는 건지 정확히 모른 채 한 어드바이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프로그램 이름에 따라 대략 추측하면 커리어에 대한 방향성을 봐주는 자리 같았는 데 내가 함께 자리하게 된 어드바이저는 내가 뭐가 되고 싶은 지 물었고 이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보다는 내 이력서를 보여주고 컨설팅을 받는 게 더 좋겠다 싶어 이력서를 보여주며 현재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데 노르웨이에서 더 나은 직장, 직업을 찾고 싶은 데 언어라는 장벽에 계속해서 이도 저도 아닌 느낌 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드바이저는 내가 학사 학위가 있는지 확인했고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 예술 쪽이라 하니 너무 흥미로운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며 베르겐에서 정말 도움이 될 분야라고 했다. 근데 사실 베르겐에 예술 전공한 친구들을 만나도 기회가 없어 수도 오슬로를 택한 이들이 꽤 많아 어드바이저의 말에 의아했다.

 이런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이런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잡아줘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싶었는 데 결국은 대화의 내용은 영양가도 별로 없고 나에게 추천해 주는 직업들은 노르웨이어를 유창하게 해야 하는 분야라 언어 장벽에 대한 고민을 이와 같이 말했다.

 

"저도 노르웨이어가 요구되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고 당연 저도 노르웨이어를 향상하고 싶지만 시간이 소요되고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일하다 보면 영어가 더 우선순위가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차라리 초반에 힘들더라도 100% 노르웨이어 쓰는 직장을 찾고 싶은 데 그런 곳 채용 공고는 '노르웨이 유창해야 함'이 조건 아니냐. 그러니 같은 쳇바퀴를 돌고 도는 것 같아 답답해요."


그러니 어드바이저는 "너의 소셜 라이프는 어떠니?"라고 내 고충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소셜 라이프는 괜찮다고 말하니 에둘러 답변하는 어드바이저의 모습에 '아, 공감이 안되는구나.'싶었다.


중간중간 내 주변에서 상담 중이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는 걸 보고 '도움이 안 된다'라고 느끼는 건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이를 통해 어드바이저의 분야를 알려주고 참가자들이 어떤 분야의 조언을 원하는지 파악이라도 좀 했으면 나았을 텐데 난 내 어드바이저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해 사실 내가 이 사람한테 어떤 조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추측도, 또 참여자가 관련된 분야에 대한 궁금증 해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


이후 나도 어드바이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에 서로 대화가 마무리되기를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급하게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이 정도 얼렁뚱땅 얘기 들을 거였으면 여기 굳이 안 왔지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2층에 다시 내려가니 페어 메인 장소가 있었고 여섯일곱 군데 되는 회사에서 참여해 생각보다 페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그리고 회사를 대표에서 나온 사람들도 '우리 부서에서 이런 채용 공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적극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페어 참가자가 눈여겨두고 있던 회사가 아니라면, 그리고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이상 정보를 받긴커녕 인사조차 나누는 것도 좀 부담스러웠다.


해당 페어가 강조한 '채용 기회를 엿볼 수 있는/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에 걸맞지 않았다. 과연 이 자리를 통해 진짜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있을까? 취업의 기회를 찾는 참가자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채 나는 페어 장소를 나왔다.



외국인으로서의 이민자의 삶 그리고 언어의 고충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해결의 몫은 나 자신에게 달려져 있음을 상기했다.
작가의 이전글 북유럽 노르웨이 직딩 생활 에피소드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