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매니저가 휴가를 떠나기 일주일 전 주말, 나는 갑작스레 어깨와 날개뼈 통증을 겪게 됐다. 그리하여 병가를 부득이하게 냈는데 이에 매니저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는 병가를 낸 직원에게 기본적으로 연락을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매니저는 일 관련하여 문자를 보냈다. 중간에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 의견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3주간 서로의 안녕을 기원했다.
우선 노르웨이는 병가를 내는 경우가 빈번하고 한국과의 문화가 매우 달라서 팀보다는 '나'(개인)이 우선시되기에 한국과 달리 병가 쓰는 게 굉장히 쉽다. 이게 현재 사회적 대두로 종종 기사화가 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는 크게 들을 수 없다. 아마 최소 10년간은 그냥 지금의 병가 시스템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3주 동안 나는 팀 매니저의 책임을 맡게 됐다. 사실 큰 부담은 없었다. 팀 매니저가 팀원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도, 일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에 그 사람 정도의 능력치를 해내는 게 크게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 오만이 아니라 그냥 부담감이 덜해졌다.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는 선이 정해진 거니까.
생각보다 쉽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 물론 갑작스레 팀원 중 한 명이 병가를 내서 일을 대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외엔 컨트롤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팀원들의 만족도도 전보다는 올라간 것 같고 이후 팀원에게 잘 해내었다는 얘기도 듣기도 했다.
하지만 3주간 책임을 맡게 되면서 팀원한테 병가로 아침 일찍 전화 오는 경우나 또 여러 사항에 대한 문의로 퇴근 후에도 연락받는 경우가 있어서 종종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는 퇴근 후나 주말에 연락에 답장 안 해도 되긴 하지만 사실 내 성격상 그러긴 쉽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야 할 일인데 더 늦게 대답해서 나아질 건 없으니.. 그리고 단 3주니까 책임을 받아들임을 택했던 것 같다.
지난주 팀매니저가 휴가에 돌아왔는 데 늘 그렇듯 역시나 심통이 나있는 표정이었다. 시큰둥한 말투는 덤으로 함께였다. 그 기분이 이해도 갔다. 3주란 휴가가 긴 것 같아도 굉장히 시간이 빨리 간다. 이제 좀 여유로이 즐기려면 휴가는 이미 끝나있는 아리송한 일이...
이후엔 점점 괜찮아졌고 나도 3주 동안 성장했단 느낌이 들었다. 팀원들과 더 가까워졌음을 느끼고 또 일에 대한 자신감도 예전보다 붙었다. 뭔가 더 내 손에서 컨트롤되는 것 같았다.
여하튼 이직 준비도 틈틈이 하고 있다. 최근 이력서도 다시 만들고 자소서도 다시 썼다. 노르웨이어를 유창하게 해야 취업에 더 유리할 것 같지만 그래도 뭐 완벽하게 유창하게 잘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시도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하다 보면 될 것이란 것을 알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