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유(13)
비도 오고 그래서. 참 좋은 아침이다.
이번주는 어제 그제.. 참 좋아하는 선후배님들과 저녁을 먹었다. 요즘 약속을 줄이고 안 하고 있는 편인데. 이번주가 좀 그랬다. 숙취가 달갑다. 나는 'I'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결국 확신의 'E'였다.
감사한 나날이지 않나. 감사할 일이 참 많은데. 나는 이걸 내가 망칠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
선배가 게으르다. 근태가 나쁘다. 그치만 감사하지 않나. 덕분에 나의 출퇴근도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내가 성실하고 능력 있어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불쑥 모가 난 말이 튀어나온다. 이 사무실에는 다른 선배들도 있다. 그 사람의 게으름을 알면서 왜 모른 척 하나 싶다가. 뼈 있는 말이 나온다. 달라질 게 없다.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저 이 상황을 관망하며(결과에 대한 책임과, 혹은 그에 대한 훈육도 내 몫이 아니므로) 즐기면 되지 않나.나는 상대적으로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 회사는 원래 불공정한 거다.
나는 싱글이다. 요즘은 내 이성관도 잘 모르겠다. 소개를 받아도 데면데면. 요즘은 여러 직업을 탐구하는 마음으로 소개를 받고 대화를 나눈다. 귀찮기는 하나 과정이 즐겁다. 나쁘지 않다.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냥 혼자 살 수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이런 자유로운 상황을 즐기면 되지 않은가. 불쑥 올라오는 외로움은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하소연을 들어줄 좋은 분들이 주변에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이렇게 한없이 고요한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는. 결혼한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대목 아닌가. 이 자유로움을 그냥 즐기면 되지 않은가.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것. 결혼은 해도 외롭다고도 하지 않나. 인연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 본질적인 외로움을 받아들이자.
나는 요가를 좋아한다. 나는 내가 정말 괴롭고 힘들 때, 시간을 보내고 진정하는 방법을 안다. 정말 다행이지 않나. 다른 운동에는 별 소질도 흥미도 없는 내가. 이렇게 요가를 좋아하고 오래 수련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스승님이 가까운 곳에 계신다는 것. 그리고 다행히 나는 부지런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다행히 출근시간도 여지가 있다) 새벽 마이솔을 갈 수 있다. 새벽 요가의 맛을 안다. 혹은 퇴근 후 저녁 요가를 간다. 안되면 집에서 매트에 오른다. 귀찮지 않다. 그만큼 요가를 사랑한다. 나의 인생 즐거움과 행복감의 요소가 많지는 않다고 해도. 나의 루틴이 있고, 은퇴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 아닌가. 그리고 나는 요가 명상을 하면서 조금 더 건강해졌다. 몰입하면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운동이 좋다. 몸을 쓴다. 마음을 쓴다. 고요함을 품는다. 행복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