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7)
휴일 아침, 이른 새벽이다. 급하게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한다. 두 명쯤. 해보고.. 그냥 내 판단을 믿기로 했다. 이게 맞아. 가슴은 콩닥콩닥했더랬다. 그래 이거네. 되네.
새벽 요가 습관이 들어있어서 어제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게 5시 반에 눈을 떴다. 좀 뒹굴뒹굴 거리다가.. 업무 확인을 했다. 나의 눈에 띄어버린. 결과물이 오늘 새벽에는 공유가 된 거라. 수정이 급했다. 이걸 내가 마음대로 바꿔놓아도 되는지가 일단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바꿨다. 팀의 실수가 드러날 수 있는 일을 일찍 확인하고 막은 셈. 팀 톡방에도 수정을 공지하고 주의해야 할 매뉴얼을 공유했다.
나는 참 예민하다. 그게 일에서 올 때는. 비교적 완벽하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편이다. 스스로 천재형이 아님을 일찍부터 알아채기도 했고, 성실함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인데. 원래도 예민하긴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조금 더 예민함이 발달했다. 그게 그래서.. 일을 잘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큰 프로젝트가 굴러갈 땐, 정신이 거의 매어있는 편이다. 요즘은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떼어내기 연습을 하고 있지만 기저에 밴 습관이란 쉽게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작은 것 하나까지 예민하게 구는 게 누군가에겐 피곤함이 될 수도 있겠지.
예민함이.. 인간관계로 오면 더 복잡하고 피곤하다. 나는 눈치가 빠르다. 뉘앙스 캐치를 잘한다. 혹은 과도하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해서 저 사람이 이런 건가. 이 말이 이 사람에겐 이렇게, 저 사람에겐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그 반향은 이렇게 돌아오지는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이런 예민함의 얼개 때문이다. 요즘은 그래도 어느 순간 생각을 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예를 들면, 그게 뭐 어때서. 거기까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 그런 파장은 내가 감당할 수 있어.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닌가. 모두와 잘 지내야 하는 건 아냐. 나를 그렇게 본다면 그 사람이 거기까진 거지... 같은. 마음챙김 공부를 하면서 배운 '나의 그릇된 판단(시각)이 그 사람을 그렇게 보는 거야. 문제가 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판단이야' 같은 아포리즘도 되뇌이면서. 나의 예민함아, 진정해. 괜찮아. 침착해.
오늘 새벽의 한바탕 소동(나만의)을 겪고. 마음은 다시 널뛰려고 한다. 잘 마무리한 나를 격려하고 칭찬하면 그만인데. 내가 막았기에.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셈인데.. 휴우. 어젯밤 도착한 모종들을 화분에 옮겨심으며 일단 진정을 한다. 인센스 스틱을 켜고, 명상 음악을 켜고, 방석을 깔아 두고.. 그래도 내 안에 쏟아지는 많은 말들을. 이렇게 적어둔다. 여기서 털어내고. 이제 명상을 해야겠다. 나는 예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민함은 잠잠해질 것이다. 진정해. 괜찮아. 침착해. (오늘 이 원고는, 더는 확인하진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