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11)
주말에 집에 다녀왔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러. 특별할 것은 없었다. 공허함이 사무쳐서, 쓸쓸함이 밀려와서. 그냥 기차를 탔다. 특별할 것 없이 가족과 TV를 보고 밥을 먹고 누워서 수다를 떨고. 책을 읽고... 나는 참 누군가와 이렇게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던 거 같다. 이틀 밤을 참 푹 잤다.
쓸쓸함이 자꾸 밀려온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 일이 바쁠 때는 그저 휴식이 고파서. 주말도 참 달았다. 잠을 자든 운동을 하든 집안일을 하든. 휴식이 참 달고 보람 있었다. 요즘은.. 좀 덜 바쁘다. 은퇴 후의 삶이 겹쳐진다. 언제까지 바쁠 것이며.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 직장이란 것은 사직서 한 장이면 그냥 끝날 곳이고. 일하면서 가까웠던 무리도 그 순간 멀어질 것이고. 억지로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못 볼 사람들일 터인데. 결국 '남'이지 않나. 그래서 그렇게들 조금 더 젊고 매력 있고 능력 있을 때 연을 맺어 결혼이라는 걸 하는 걸까.
은퇴 후 부모님의 삶만 보아도. 젊은 시절 치열하게 싸우시기도 했고. 지금도 종종 아웅다웅하시지만. 그렇게 미지근하면서도 진한 케어 관계가 또 없다. 요즘 칩거 중인 아버지는 두고, 엄마라도 딸 보러 오시라 하면. "네 아버지 밥 챙겨줘야지. 어떻게 두고 가노" 하신다. 감정적이고 외로움을 잘 느끼는 아빠와 나.와는 달리, 씩씩한 우리 엄마. "엄마는 쓸쓸할 때 없어?" 물었더니 "아빠랑 같이 있으면 힘들다"고 하신다. 혼자 있으면 그렇게 편하고 좋다고. 참 어려운 감정이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들 한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같이 있을 때 더 크게 증폭되기도 한다.고. "너는 아직도 결혼에 환상을 품고 있구나" 같은 말도 돌아온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거지" 같은.
(요즘 가급적 잘 보지 않으려고 하는) 유튜브나 인스타에는.. 먹방, 쿡방, 여행, 독서 등등. 온통 혼자 어떻게 잘 먹고 잘 사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들이다. 모두가 독립 개체로 각자의 채널을 갖는 것이 소셜미디어라지만. 어떻게 혼자 잘 살아보실래요? 를 보여주고 묻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조차 방송을 공유하고 댓글로 소통하면서 돈도 벌고 위안도 받고 있는 것일 테지만.
그러면 나는 언제까지 쓸쓸할 것인가.
요가로 시작하고 요가로 채우는 일상 속에서도. 때때로 와인도 마시고 도서관도 가고 여행도 가는 즐거움이 있지만. 드문드문 사무치는 쓸쓸함은.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 숙명일 테지만. 그럼에도 좀 더 잘 견디고 조금 더 잘 살아보려면. 얼마나 더 성숙하고 깊어져야 하려나. 얼마나 더 성숙하고 깊어져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