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련은 '지금'을 충분히 누리게 한다.
요가와 명상(10)
추운 날이다. 습관적으로 이른 새벽에 눈을 뜨지만. 이런 날씨에 포근한 이불은, 푹신한 침대는 나를 자꾸 붙든다. 그래도 일어나야 하기에. 내가 만든 습관은 이렇다. 적어도 밤 9시 이전엔 침대에 눕는다. 설사 좀 뒹굴거리다 잠이 들더라도. 새벽 3시나 4시쯤에는 잠이 깬다. 5시 반쯤이면 요가원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데. 그전에 나에겐 뭉근한 새벽잠을 떨치기 위한 여분의 시간이 있다. 주로 명상앱이나 유튜브에서 아침명상을 들으며 잠을 떨친다. 그리고 요가원에 앉아서 고요히 명상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게 너무 좋으므로. 이불을 떨치고. 중무장을 한 채. 추운 겨울 새벽길을 깨운다.
요가원에 도착하면. 어둠 속에 고요히 앉아서 손발을 좀 풀고. 명상 시간을 좀 갖는다. 아쉬탕가 마이솔을 위해 왔고. 벌써 많은 도반들이 움직임을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호흡과 이 새벽 기운을 느끼며 고요히 명상하는 시간이 참 좋다. 오늘은 특히나 간밤에 이런저런 꿈들을 꾸었더랬다. 요즘 좀 불안한가 보다. 회사 사람들이 등장하고 나는 쫓기거나 바쁜 마음으로 잠에서 깼다. 꿈이라 다행.하면서도 좀 무거웠다. 수카사나로 앉아 명상을 하며 산란한 마음을 좀 가라앉혔다. 무드라(손 모양)는 다양한데. 오늘은 양 손바닥으로 무릎을 덮었다. 손바닥을 뒤집어 얹어 엄지검지를 붙이거나 다양한 무드라가 있지만. 손바닥으로 차분히 무릎을 덮어 내면으로의 집중을 더했다.
명상을 정리하고 아쉬탕가 수련을 시작했다. 수리야나마스까라 A,B-스탠딩-싯팅-피니싱.. 수리야 A, B는 각 다섯 번씩인데. 시작부터 한 동작 한 동작 그 순간에 머물렀다. 바닥에 닿는 손바닥의 느낌도 단단했다. 지난해엔 수리야 B는 3번 하고 넘어가기도 했는데 올해부터는 꼭 다섯 번을 채우고 있다. 의식이 지금 이 동작에 머물게 했다.
요가를 하다 보면 시계를 보는 경우가 있다. 시퀀스가 정해진 아쉬탕가의 경우엔 얼른 끝내고 싯팅으로 가야지, 피니싱으로 가야지.. 등 마음이 먼저 다음 동작으로, 후반부로 향하는 경우가 있다. 요가 끝내고 쉬어야지 먹어야지 놀아야지.. 하는 생각까지 미치기도 한다. 집중을 충분히 못하고 있는 거다.
지금 이 동작을 충분히 해낸다는 것. 손, 발, 몸통의 각도를 호흡에 맞춰 조정하고, 선생님의 핸즈온을 받아 수정하고. 호흡을 고르며 완성 동작에 가깝게 해내본다. 호흡은 다섯 번. 몇 번의 호흡을 더 하며 동작에 머물러보기도 한다. 충분히 음미한 다음, 다음 동작으로 향한다. 꾸준한 수련은 마음이, 생각이 자꾸 과거로, 미래로 향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 붙잡아 둔다. 요가 수련을 꾸준히 하는 이유를 새삼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매트 위에 머물렀다. 매 동작이 충분했다.
삶도 그런 것을. 나는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이 관계와, 이 업무가 내게 왔으므로. 지금 이 시간과 여유와 주어지는 성과를, 교훈을 충분히 누리면 되는 것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그냥 흘러가게 두자. 지금을 잘 살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나는 또 살아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