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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보았다

여행(1)

by 이음

연말에 캐나다에 다녀왔다. 오로라를 보러!..


북위 62도의 옐로나이프는 참 추운 곳인데. 마침 내가 머물던 때는 다른 때보다 좀 따뜻해서(?!) 영하 15도 안팎이었다. 평소에는 영하 20도, 30도까지도 간다고. 오로라는 엄청 추워야 볼 확률이 높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비교적 덜 추운 날씨에 구름이 좀 끼어 있었다.


시차는 두 번 꼬였다. 보통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오로라빌리지에 머물렀는데. 바뀐 시차에 야행성 생활이라니. 한국에서 보통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얼리 버드인지라. 몽롱한 상태가 이어졌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간 지라. 마지막 날 저녁엔 문을 연 곳도 별로 없었다. 옐로나이프란 곳 자체가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가는 곳이라 사실 다른 유흥이랄 것도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로라빌리지에서 낮에는 시티 투어, 개 썰매, 스노우 슈잉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었다. 좀처럼 액티비티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생경한 경험은 참 재밌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사흘 중 하루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 형형색색은 아니었지만. 깊은 어둠 속에서 구름이 걷혔고 먼저 별이 쏟아지듯 보였다. 하나하나 찾아보면 이름을 댈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별자리였다. 그리고 그 별들과 함께 오로라!가 등장했다. 며칠째 하릴없이 텐트 안에서 시간만 보내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높은 언덕을 향해 달렸다. 와 이 끝없는 어둠 속에. 저 신비로운 반짝임. 희뿌연 안개 같은 움직임. 핸드폰 야경 모드로 찍은 사진엔 초록색 오로라가 선명하게 보였다. 드디어 봤다!..

오로라빌리지에서 촬영한 오로라와 선명한 별들의 모습.

사흘, 일주일 머물러도 못 보고 간 사람들이 있다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뭔가 막 새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같은 기대를 품고 왔다.


이후 이동한 밴프는.. Winter Wonderland!..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끝도 없는 설경. 눈으로 덮힌 록키산맥과 꽁꽁 언 호수가 빚어낸 광대한 자연의 위엄과..고요함.. 와. 이러려고 내가 열심히 벌었지. 싶었다.


언젠가부터 여행도 귀찮고. 그저 혼자 조용히 몸을 둥글게 말고 집에 고요하게 있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확실히. 여행의 본능, 감각을 깨웠다. 어디든 또 나가고 싶어졌다. 참 감사한 일이다.


설국. 캐나다 보우 호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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