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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다는 것은 뭘까

쉽게 지치는 당신에게 (아니, 나에게)

by 편집자H


지난 주말 몸과 마음이 지하 동굴 깊은 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습한 기운이 가득하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져 다 젖어버린 침대에 누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자포자기해버린 상태. 한마디로 가만히 있어도 축 가라앉는 그런 컨디션이었다.


그렇다. 나는 사뭇 지쳐 있었다.


책을 한 권 마감했고, 내내 찌부둥한 날씨 탓에 알레르기 약을 계속 복용하는 중이었고, 반갑지 않은 그날마저 찾아온 것이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 정수리에서 계속 열이 뿜어져 나오는 같았다. 파자마 입은 분노의 용가리 상태라고 해야 할까.


그간 나는 주말이면 유튜브 편집을 해왔다. 유튜브를 시작하고는 계속 이런 사이클이었다. 꽤나 재미있었다. 새로워서 재미있었고, 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신이 났다. 그런데 어김없이 그것이 찾아온 것이다. "정말 재밌나?", "왜 더 좋아해주지 않는 거지?", "나만 재밌나?" 하는, 또 다시 중도하차를 부르는 자기 함몰의 위기 말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내가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자인가, 아닌가하는. 예전에 어린이책 시리즈를 기획한 적이 왕왕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는 다들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런데 레이스의 종착 지점에 다다를 즈음이면 지침, 무력감 같은 것이 찾아와 서로를 생채기낼 듯한 예민함이 발현되곤 했다. 그런 자신이 싫어서 떠난 이들도 있고, 그 일을 매듭질 힘이 없어 떠난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남은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늘 묵묵히 남는 것을 택하는 것 같다.)


만약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것에 도달해 있을까.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렸다면 나는 그곳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주말이었다.


무기력했지만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평소보다 아주 오래 걸렸지만 천천히 딴짓을 하면서 일요일 밤 11시에 유튜브 한 편을 완성했다. 날씨 탓에 불안정한 와이파이를 잡겠다고 1층 커피숍을 들락날락하면서 말이다. (빨리 인터넷 좀 어케 해야 하는데) 그리고는 마감을 앞둔 책의 교정지를 펼쳤다. 새벽 3시까지 나는 그렇게 묵묵히 내 일을 해나갔다.


하기 싫은 마음이 찾아오면 쉬면서, 중간중간 강아지 산책을 나가고, 수도 없이 냉커피를 내려 마시며, 스스로에게 정한 일을 회피하지 않고 했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지쳤다고 손을 놓지만 않으면, 지레 나는 안 될 거야 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바라던 그곳에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도착해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만약 당신도 에너지가 없어 포기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고단한 레이스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 싶다. 죽어라고 하기 싫은 그날만 버티면 다시 나아갈 힘이 조금 생기고, 그 힘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 전진하게 될 거다. 그 속도가 하물며 거북이 같다고 하더라도, 나는 토끼 잡는 게 계속 기어가는 거북이 아닌가.





https://www.youtube.com/watch?v=EcbUpUAVO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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