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산문
오랜만이에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암환자가 된 지는 3년 반이 넘었고,
딸이 된 지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고,
내가 내가 된 지도 오래되었고,
강아지가 엄마가 된 지는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삶이 절실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다시 삶이 무거워져 한동안 시간을 무채색으로
만들어버리고 저는 숨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이 쌓이자 머릿속 회로가 부채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퓨즈가 나가버리고 말았어요.
주말에는
여름옷 정리를 겨우 시작했는데
다 해치우는데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을 썼어요.
첫날은 옷더미 속에서 파묻혀 눈을 감아야 했어요.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하는 법을 잃어버렸거든요.
깊숙한 곳에 고장이 났다는 것을 알았는데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매일의 깜냥만큼이었어요.
시베리아에 작은 모래알 하나 정도.
그 정도의 미비함.
나는 매일 누워서 작은 네모난 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봤어요.
저는 그렇게 보냈습니다.
브런치를 구독해주는 분들에게
그래도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잘자요.
나의 우울.
작은 발젤리 같은 물컹한 기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