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정자 감상의 완성
한옥 정자의 감상은 내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닫힌 문도 높은 담도 없이 기둥과 처마, 난간과 마루는 자연을 담기 위한 틀처럼 자리한다.
담양의 면앙정과 명옥헌, 식영정에 앉아 있었고,
영양 서석지와 금선정, 부석사 안양루, 파주의 화석정 등
수많은 정자의 틀 안에서 그곳만의 풍경을 마주했다.
그때마다 내 시야는
기둥과 난간, 처마와 바닥이 빚어낸
하나의 프레임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안으로 산이 들어오고
물소리가 들어오고
바람과 구름, 연무 낀 능선까지
스며들듯 공간 안에 들어왔다.
자연과 시선, 감정이 엮이는 시적현상,
그 모든 것이 공간의 일부가 되는 순간
이것이 바로 차경(借景)이다.
파주 화석정에서는 산맥이 지붕 위에 닿았고,
부석사의 안양루에선 안개 낀 산 능선이 천천히 깔려왔다.
소쇄원의 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은
정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구 같았다.
기둥과 기둥 사이가 시선의 통로가 되고,
처마는 그 프레임을 안정시키는 선이 된다.
정자에 쉬어간다는 것은
풍경을 빌려 나 자신이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그것은 공간이 마음에 젖는 순간이며,
내면이 자연을 닮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