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원 瓦園, 기와 위의 정원

햇살 한 줌에도 기와 위엔 꽃이 핀다

by 규빈
시적현상

한옥의 정자에 머무르면
자연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감각과 시선이 고요히 깃들어 있다.
처마 끝을 타고 흐르는 빛,
기둥과 기둥 사이로 열리는 풍경,
기와 위에 스며든 시간

...

나는 이 정자들 안에서
한 편의 시처럼 배치된 자연과 공간의 관계,

‘시적현상’을 본다.

이 시리즈는 전국의 한옥 정자와 원림을 직접 찾아가며
그곳이 품고 있는 감각의 언어를 기록한 아카이빙이다.
전통 공간이 품은 미의식과,
그 안에 깃든 고요한 시선이 담긴다.


2025. 05.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전남 담양의 한옥 정자들을 찾았다.
소쇄원, 명옥헌 원림, 송강정, 면앙정, 식영정, 취가정, 환벽당
정자마다 품고 있는 시간과 시선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가 조용한 감각으로 자연을 껴안고 있었다.

단청이 그려진 처마나
그저 나무 본연의 색을 드러낸 목재
색과 재료, 시간과 구조가 서로를 흐리지 않고 겹쳐 앉는다.

처마를 올려다보다 문득, 지붕 위를 보았다.
기와 위에 꽃이 피어 있는 지붕이 제법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와 위에 꽃이 피는 현상을 한 단어로 부르면 어떨까?’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 하고,
자연을 끌어들여 공간을 완성하는 한옥의 풍경 기법을 ‘차경’이라 하듯,
기와 위에 피어난 정원에도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집단지성에 기대어 스레드에 글을 올렸고
스친들이 많은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중 가장 마음을 건드린 단어는 ‘瓦園(와원)’,
기와 위의 정원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각 정자의 지붕 위에는
그 주변 자연에 맞춰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붕에 꽃이 피면 하자가 생긴다고 예민하게 지적했지만

몇 백 년을 넘게 버텨온 한옥 정자들은
그 꽃들과 함께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튜브 브이로그01 https://youtu.be/FVjwZPTfeuA?si=DSskHFzVWjunz_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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