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 ‘카펠라 호텔 & 리조트 그룹’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아코르(Accor) 호텔 그룹 안에서 럭셔리 카테고리를 지탱하고 있는 아코르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 ‘소피텔(Sofitel)’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피텔 브랜드가 아코르 그룹에서 2인자의 자리로 물러났지만 (FRHI 그룹 인수로 인해 래플즈, 파트너십 체결로 인해 반얀트리 등에 밀리게 됨) 오랜 기간 동안 아코르의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해오며 럭셔리 카테고리를 지탱해 왔음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소피텔은 1964년 프랑스의 ‘소피텔 스트라스부르 그랜드 일(Sofitel Strasbourg Grande Île)’을 시작으로 성장하면서 1980년에는 아코르에 인수, 200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 개의 프로퍼티를 확장하게 되었는데요 (이 당시 한국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이 소피텔 브랜드를 달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코르 그룹에서는 소피텔의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기준 미달의 50% 이상의 프로퍼티에서 소피텔 이름표를 떼어버리게 됩니다.
이 작업을 통해 89개의 프로퍼티만 ‘소피텔 럭셔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는데요, 이듬해인 2009년에는 자매 브랜드인 ‘소피텔 레전드(Sofitel Legend)’와 ‘소 소피텔 (So Sofitel)’등 소피텔의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론칭을 통해 럭셔리 호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됩니다.
소피텔이 컨템퍼러리 한 럭셔리를 대표한다면, 소피텔 레전드는 ‘소피텔 위의 소피텔’로 불리는 소피텔의 상징적인 호텔들이자, 그룹 확장 후에도 래플즈와 함께 최상위 카테고리에 속하고 있는 유일한 소피텔 브랜드입니다.
소 소피텔의 경우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 ‘칼 라거펠트’나 ‘겐조’ 등과 같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통해 이름을 알리면서 아티 하면서 시크하고 힙한 호텔 브랜드로 명성을 쌓게 되었습니다. 이후 소피텔이 정한 새로운 기준과 콘셉트에 부합하는 프로퍼티들이 차곡차곡 추가되면서, 현재는 120여 개의 프로퍼티까지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소피텔 그리고 소피텔의 두 자매 브랜드의 주목할만한 대표 호텔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하노이에서 딱 하루만 호텔에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로 가시면 됩니다. 전 세계 딱 5곳 (베트남 하노이, 중국 시안, 이집트 아스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밖에 없는 소피텔 레전드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호텔리어로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겠지요.
또한 이곳은 지난해 열린 제2차 북미회담 장소로 쓰이게 되면서 (비록 불발되었으나) 또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원래부터 워낙 유명한 호텔이라 이곳을 다녀간 명사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랍니다. 아무리 럭셔리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피텔이더라도 역사적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레전드’ 타이틀은 받을 수 없답니다.
호텔의 역사를 살짝 들여다보겠습니다. 호텔의 모태는 1901년에 세워진 메트로폴 호텔인데요, 그래서 지금도 호텔 곳곳에서 알파벳 M과 H가 겹쳐진 마크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호텔은 한때 프랑스의 북부 군 사령부로 사용되었고,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통냣(Thống Nhất : 통일) 호텔로, 1987년에는 풀만 호텔이 되면서 국제적인 스탠더드를 갖춘 호텔로 거듭났으며, 1992년 드디어 소피텔의 이름표를 달게 됩니다. 그리고 소피텔 레전드 브랜드가 만들어진 2009년에 가장 처음으로 ‘레전드’ 타이틀을 받게 됩니다.
100년이 넘은 호텔이기에 호텔 안에서 베트남 근현대사의 현장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특히 2011년 호텔의 풀 바를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 때 이용하고 오랫동안 방치했던 방공호를 발견하는데요, 호텔은 이것을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레전드’라는 타이틀에 맞게 방공호 그 자체로 남기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결정하고 이를 위한 개보수를 진행합니다. 이후 2013년에는 실제로 이 방공호 안에서 미국의 B-52 전투기의 공격을 피했던 미국의 유명 가수 ‘조안 바에즈’를 초청해 또 다른 호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당시 화가로도 활약하고 있었던 조안 바에즈가 방공호에 다녀간 후에 받은 영감으로 그린 그림을 호텔에 선물하였는데요, 이 그림은 현재 호텔의 히스토리컬 윙의 로비에 전시되어 있답니다. 호텔에서는 그녀의 그림을 포함한 스토리텔링, 방공호와 호텔의 역사를 소개하는 ‘Path of History’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숙박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오픈한 소 소피텔의 플래그십 호텔로 소 소피텔의 최초의 어반 호텔입니다. 이곳은 방콕의 허파라 불리는 룸피니 파크가 호텔의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어, 방콕의 복잡한 도시의 모습이 아닌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멋진 뷰를 호텔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답니다.
호텔 또한 룸피니 파크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다른 호텔에서는 본 적이 없는 특별한 콘셉트로 호텔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5명의 로컬 디자이너를 고용해 5가지 원소인 ‘Fire, Metal, Wood, Earth, Water’ 중 한 개씩 이용해서 객실과 아웃렛의 메인 테마로 다양한 스타일의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각각의 원소는 룸피니 파크에서 보이는 ‘태양, 주변의 건물들, 나무, 흙, 연못’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불 (메인 다이닝 테마로 쓰임) 이외의 4가지 원소들이 객실 디자인의 메인 테마인데, 콘셉트가 매우 달라 고객들의 선호도도 극명히 갈린다고 합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객실 전체가 파란색으로 도배된 동굴 같은 Earth 룸의 경우, 좀 무섭다고 중간에 객실 변동을 요구하는 케이스가 꽤 있다고 합니다. 마치 동굴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나 도깨비 같은 형상들을 보고 있자니 저 또한 절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소 소피텔 호텔은 각 호텔마다 시그니처 로고가 다른데요, 예를 들자면 소 소피텔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의 상징인 사자의 모습이, 소 소피텔 모리셔스의 경우 비치 리조트의 분위기에 맞게 꽃이 시그니처 로고로 사용됩니다.
소 소피텔 방콕의 경우 5가지의 원소를 하나로 결합하여 조화로운 밸런스를 이룬 나무가 시그니처랍니다. 호텔에서는 이 나무를 “The Tree of Life”라 부르며 호텔 곳곳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 소피텔 방콕의 로비에 앉아 직원들의 유니폼을 보다 보면 마치 패션쇼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바로 패션계의 거장 크리스찬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 오트 쿠튀르의 거장이나 에어 프랑스의 유니폼과 같은 기성복을 만들기도 함)의 작품입니다. 태국적인 화려한 색과 패턴, 그리고 프랑스적인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이것이야말로 동서양의 조화!
객실 이외에도 로비,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및 루프탑 바 등 호텔의 모든 곳에서 룸피니 파크를 너무 멋지게 감상할 수 있어 룸피니 파크의 덕을 톡톡히 보는 호텔이랍니다. 공원 주변에 아직 경쟁할만한 호텔이 들어오지 않아 당분간 소 소피텔 방콕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네요.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마닐라를 설명하기 전에 이 호텔이 위치하고 있는 마닐라의 CCP Complex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곳은 전부터 전해오던 유명 일화가 있는데요, 필리핀이 한국보다 부유했던 1976년 (마르코스 대통령 통치 시절) 당시 퍼스트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사치의 끝판왕으로 알려진)는 마닐라 베이의 ‘바다’를 가리키며 국제통화기금 회의를 위한 대규모 컨벤션 센터와 호텔을 갖춘 단지를 조성하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바다에 간척지를 조성하고 CCP Complex가 생겨났고 이 안에서 유일한 대규모 호텔로 현재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마닐라의 모태인 ‘필리핀 플라자 호텔’이 생겨납니다. 이를 위해 당시 돈으로 4천9백만 달러가 사용되었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였는데요, 이후 다양한 국빈들이 호텔로 초청되면서 마닐라 호텔과 함께 마닐라의 호텔 계의 쌍두마차로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지금도 종종 호텔 안에서 이멜다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후 호텔은 웨스틴을 거쳐서 2007년 소피텔로 브랜드가 변경됩니다. 웨스틴일 때에도 소피텔일 때도 상징적인 ‘필리핀 플라자’라는 호텔 이름 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개관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택시를 타고 플라자 호텔로 가자고 하면 다들 알아들을 정도니깐 말이지요.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마닐라에는 호텔보다 더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480석 규모의 럭셔리한 시설에 21가지의 퀴진을 갖춘 뷔페 레스토랑인 스파이럴(Spiral)로 환태평양 지구에서 가장 긴 뷔페 라인을 꿈꾸며 ‘700 밀리언 페소(한화 약 171억)’을 레스토랑 리노베이션과 메뉴 업그레이드를 위해 쏟아 부운 곳입니다.
디너 뷔페 요금이 거의 객실 1박 요금과 맞먹는 요금이지만 특별한 날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축하하며 또한 워낙 뷔페를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이기에 이곳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항상 북적거린답니다.
저도 마닐라에 사는 동안 스파이럴에 종종 들렸는데요, 워낙 음식 가짓수가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곳이랍니다. 이 중에서도 저의 최애는 200여 개의 치즈와 콜드 컷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마치 큰 와인 셀러처럼 마련된 치즈 룸인데, 이곳에선 런치, 디너 외의 시간에 와인 클래스를 종종 진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장소랍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다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