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 1편
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환태평양 국가와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팬 퍼시픽 호텔 그룹’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2편으로 나눠서 대표 자연주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호텔에 머무는 숙박객들의 목표와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는데요, 특히 스스로의 고립을 선택하며 자연과 함께 투숙하며 그 자체로 힐링하는 스타일의 호텔과 리조트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유의 호텔들은 자연에 둘러싸인 외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외딴 바닷가 마을이나 산속과 같이 외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며 프라이빗 빌라의 형태를 갖춘 곳들이 많은데요, 이런 특징을 보이는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아시아 스파 리조트의 선구자인 ‘반얀트리 (Banyan Tree)’, 지성적인 럭셔리를 지향하는 ‘식스센스 (Six Senses), 그리고 최상위 럭셔리 리조트의 대명사 ‘아만(Aman)’ 등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반얀트리만 경험할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인지라 반얀트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많이 절충되었다는 것을 느껴져요.
이번 편을 통해서 먼저 식스센스와 아만의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분위기 그리고 대표 프로퍼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스 센스는 프로퍼티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9년 IHG에 인수되면서부터 럭셔리 티어가 약했던 IHG의 최상위 럭셔리 카테고리를 리젠트와 함께 지탱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가 창립된 이후에 IHG로 인수되기까지 몇 번의 오너십이 변경되면서 첫 번째 프로퍼티를 어디로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이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면 식스 센스의 전신인 몰디브에 위치한 소네바 푸시 (Soneva Fushi)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네바와 식스센스의 창립자인 소누(Sonu)와 그의 아내인 에바(Eva)의 이름을 합쳐서 만든 소네바라는 브랜드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콘셉트로 1995년에 첫선을 보였는데요, 리조트의 도착과 동시에 신발을 벗어던지고 전화도 사용할 수 없는 ‘No News, No Shoes’를 모토로 하여 숙박하는 동안에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자극을 차단시키고 자연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하여 특별한 휴양지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후 2001년에는 그룹명을 ‘식스 센스’로 바꾸고, 소네바도 ‘소네바 푸시 바이 식스센스’로 개명되면서 식스 센스라는 브랜드가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게 됩니다. (참고로 By가 아닌 식스 센스라는 명칭을 앞으로 직접 달고 나온 프로퍼티는 2004년에 선보인 ‘식스 센스 후아힌’이다)
이후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식스 센스는, 소네바 푸시처럼 외부와 단절된 곳들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베트남의 경우 3개의 프로퍼티가 만들어지면서 베트남 럭셔리 레저마켓을 선도하게 됩니다.
몇 해 전 앤젤리나 졸리의 가족들이 베트남을 방문하였을 때 ‘식스 센스 콘다오’에 묵게 되면서 당시 매스컴에서 앤젤리나 졸리가 선택한 리조트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떨치기도 하였는데요, 하지만 식스 센스 콘다오 안을 들여다보면 ‘할리우드 스타가 숙박하기에는 좀 비약한데…’라고 느껴질 정도로 소박한 첫인상을 받은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곳을 지을 때 주변에서 얻은 소재 (대부분 나무)로 내 외관을 구성하였고 메인 레스토랑의 경우 리조트 주변 지역의 버려진 문을 모아서 인테리어로 활용하기도 하였는데요, 이처럼 값비싼 마감재나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는 것이 아닌 지역색을 입히고 자연과 상생하는 흔적을 리조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베트남 은둔의 식스센스 리조트인 ‘식스 센스 닌반 베이’의 경우 대한항공의 TV 광고에 비치게 되면서 당시 많은 한국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했다고 하는데요, 이곳은 TV 광고에서 보인 것처럼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암벽 위에 빌라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외부에서 만들어진 빌라를 암벽 위로 살며시 옮겨놓은 것처럼 최대한 원시 자연 그대로를 모습을 보존하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설계를 통해 자연과 함께 공존하면서도 최고의 뷰를 누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환경과 지역의 고유문화를 지키는 일에 타협은 없다’라고 말했던 창립자 소누의 말처럼, 리조트 안에서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데요, 오직 자연적이고 윤리적인 스파 제품을 사용하고, 그 어떤 리조트보다 플라스틱 프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급자족한 지역 식자재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와의 공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하는 등 식스 센스 그룹은 지성적인 럭셔리함을 항상 추구하는 훌륭한 호텔 사업의 선구자적 모델이기도 합니다.
또한 식스 센스에서는 이런 선구자적 마인드로 식스 센스의 가치관을 도심으로까지 확장시켜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 첫 번째 도심 호텔인 ‘식스센스 덕스턴’과 ‘식스센스 맥스웰’을 선보였는데,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한 재정 악화로 오픈 2년 만인 지난해 6월 식스센스 이름표를 떼게 되었답니다. (현재는 메리어트 그룹의 오토 그래프 컬렉션으로 리브랜딩 되어 운영 중입니다. )
그렇다면 식스센스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자연주의 힐링 콘셉트의 럭셔리 리조트가 도심으로 확장되었을 때의 모습은 어떠할지 아만(Aman)에서 대신 찾아볼까요?
지난 2014년 아만 도쿄가 화려하게 오픈하였는데요, 이곳은 아만이 처음으로 외딴섬이나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을 벗어나 대도시에서 아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선보인 아만의 도시형 플래그십 호텔입니다. 아만 도쿄가 생기던 해인 2014년은 아만 그룹의 CEO 이자 창립자였던 ‘아드리안 제차(Adrian Zecha)’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호텔의 소유권과 함께 CEO 자리를 러시아의 트럼프라 불리는 ‘블라디슬라브 도로닌 (Vladislav Doronin)’이 갖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아만은 브랜드의 가치 성장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대도시권은 물론 이국적인 장소들을 아만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미래 전략적 개발 및 성장 플랜을 줄줄이 내놓기 시작합니다.
특히 ‘도시형 아만’은 아만의 미래 전략 사업의 핵심으로 주목받으며 ‘아만 도쿄’를 시작으로 뉴욕 (2021년 오픈 예정), 런던, 파리,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도시형 아만 호텔을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아만 레지던스와 자매 호텔 브랜드인 ‘자누 (Janu)’의 첫 번째 호텔이 도쿄의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도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그러면 도시형 아만의 대표 주자인 ‘아만 도쿄’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아만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할게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아만은 1988년 태국 푸껫의 ‘아만푸리(Amanpuri)’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아만은 각 리조트가 위치한 주변 환경과 각 국가의 고유문화와 전통을 반영하여 리조트마다 각기 다른 특성과 지역색을 느낄 수 있어요.
한 예로, 아만의 리조트의 이름들은 ‘아만풀로, 아마노이, 아만타카’처럼 아만 뒤에 각 나라의 언어로 된 단어를 배치하면서 이름에서부터 지역색을 느낄 수 있어요. 아만 리조트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광활한 부지 안에 평균 객실 수가 30~50개로 매우 적은 편이며 투숙객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되는 리조트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인지 셀리브리티나 정재계의 인사들이 즐겨 찾는 리조트이기도 하지요. 몇 년 전 B그룹의 한 멤버가 필리핀의 한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서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곳도 아만이었단 것은 안 비밀!
‘아만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아만에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만 리조트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서 아만의 중독자를 가리키는 ‘아만 정키 (Aman Junkie)’라는 단어가 있어요. 현재 아만의 CEO도 아만 정키 중의 한 명이었고 아만 리조트의 섬세한 서비스와 특별한 철학에 반해 아만 리조트의 인수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만 리조트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만 리조트를 위치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철학 중의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위치적으로 제약이 있는 도심으로 확장된 아만 도쿄의 경우 이를 어떻게 표현하였을까요?
먼저 아만이 위치한 도쿄의 오테마치 타워는 일왕이 사는 황거인 ‘고쿄(皇居)’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고쿄는 총면적 115만㎡의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랍니다. 아만 도쿄는 38층 건물의 최상층의 여섯 층을 사용하고 있어 고쿄의 정원을 감상하며 도쿄 한가운데서도 푸르름이 가득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답니다.
기본 객실의 크기가 71㎡로 주변의 다른 럭셔리 호텔 (보통 50㎡ 전후) 보다 큰 편인데요, 그래도 총객실이 80개가 조금 넘으니 다른 아만 리조트에 비해서는 객실 수가 많은 편에 속한답니다. 객실 디자인은 선을 강조한 젠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 간결한 디자인의 일본스러운 색채 가득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욕실도 객실만큼 큰 편인데요, 아만 리조트의 로고나 브랜드 홍보 영상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무채색의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느낌이 욕실 안에서 특히 잘 드러납니다. 또한 온천 료칸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욕실 어메니티를 준비하여 지역색을 객실과 욕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였습니다.
이런 특징은 호텔의 수영장과 스파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절제미가 돋보이는 수영장은 층고가 높아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는데요, 2,500㎡ 면적에 달하는 두 개의 층을 수영장을 포함한 스파와 피트니스 등의 웰니스 시설로 만들었어요. 비치나 프라이빗 풀과 같은 곳이 없는 도심 호텔이기에 꽤 넓은 면적을 부대시설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리조트 콘셉트가 도심으로 확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이렇게 풀어낸 것 같아요.
부지 넓은 다른 지역의 아만 리조트에서라면 이것이 놀라운 일도 아니겠지만, 땅값 비싼 도쿄 한복판에 객실 30개는 더 만들 수 있는 크기를 웰니스 시설로 만들다니 역시 아만은 스케일이 다르네요.
외부인에 폐쇄적인 아만이지만 아만 도쿄에서는 다른 모습을 모이는데요, 30미터 높이의 층고를 갖춘 웅장한 스케일의 로비에 로비 라운지까지 만들어 투숙객이 아닌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매우 의외입니다.
특히 로비 라운지의 시그니처인 블랙 식기를 사용한 애프터눈 티 세트의 가격은 한국의 최상급 5성 호텔의 그것과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아만의 분위기와 서비스 일부를 경험해 볼 수 있답니다. 객실에 비해 식음료의 가격은 리즈너블 한 것 같아요.
또한 빌딩 외관 1층에는 아만 도쿄에서 운영하는 ‘The Café by Aman’이 있는데요, 나무와 수풀로 둘러싸인 이곳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어 일본의 ‘OL(Office Lady)’이라 불리는 일반 직장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입니다.
‘일상 속의 조그만 사치 (プチ贅沢)’를 아만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이곳은 OL들 사이에서 ‘아만 입문 코스’로 통용된다고 하네요. 또한 노력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自分へのご褒美)’로 스파 패키지를 포함한 숙박 상품을 이용하는 OL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자연주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2편 - 반얀트리로 다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