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떠나왔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일상처럼.
집을 나서서 5분쯤 운전하는 중에
울음이 터졌다.
엉엉 목 놓아 울었다.
순간
33년 전쯤 대학생 때 본
[연인]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기숙학교 생활하는 프랑스 여학생과
중국인, 나이 30쯤 돼 보이는 부자 남자의 사랑을 그린 쫌 야한 영화!
무덤덤한 표정의 그 여자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큰 배 위에서
목 놓아 울면서 영화는 끝난다.
아, 순간 사랑이었구나~
그 남자와의 관계도 호기심 어린 유희가 아닌,
그 남자를 좋아했었구나 하는
깨닫음의 그 목놓은 울음.
나는 그 영화를 그렇게 느꼈었다.
나도 일상의 생활이
관계들이
으레 껏 반복되는
무의미한 관계들이
집을 떠나오는 순간,
나도 아~사랑이었구나,
나를 그리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두고
원했던 이주, 그 떠나오는 홀가분한 순간에
깨닫게 되는 목놓은 울음이었다.
언제 또 우리가 이토록 자주 만날 수 있겠는가,
또 지금처럼 따뜻한 사랑을
다시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새해 첫 일출을 뒤로하고
밤새 달려온 목포.
난 여기서 제주행 배를 탄다.
세월의 두께만큼
덕지덕지 붙은 내 짐들과 함께
나의 자동차에 한가득 싣고서.
난, 이 제주에서 지난 세월의 군더더기들을
새롭고 가볍게 만들어서
더 넓고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날개를 달 것이다.
언제나 자유롭고 행복하십시오~
사랑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사랑을 주신 내 친구들이여~
갑진년 갑진 이들아~
함께 나아가자. 각자 원하는 곳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