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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Nov 04. 2020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왜 하필 채식 [2부]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받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는 질문이다. "키는 몇 센티에, 나이는 나보다 얼마 정도 차이가 나면 좋겠고, 술도 조금 했으면 좋을 거 같고 등등." 나름의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때 나는 이상형은 심플했다. "건강한 여자" 어린 시절 만성 신부전증으로 오랫동안 몸이 아팠던 엄마와 함께 하면서 나의 이상형에 가장 먼저 "건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2012년의 봄날 나는 지난 직장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항상 밝고 쾌활했으며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가 가진 밝은 에너지 사이로 참 건강해 보였다. 2014년 1월 아내와 나는 결혼을 했고 다음 해 9월에 첫째 아들을 낳고 2017년 둘째를 가진 해에 아내가 조금은 심각해진 얼굴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나 검사를 받았는데 목에 혹이 있데?"

"응? 혹?"

"어, 이게 있다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데 아직 크기가 작아서 병원에서는 계속 지켜보자고 했어."

"그래? 그럼 괜찮을 거야."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아내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와서는 목에 혹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있다가 없어지도 한다는 혹이라고 해서 얼마 안 있으면 자연스레 사라지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여보, 나 목이 부은 거 같지 않아?"

"어디 봐봐."

"그치? 부은 거 같지?"

"병원에 가서 따로 검사를 받아야 할 거 같아."


하루는 조금 심각해진 얼굴로 아내가 나에게 목이 조금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니 정말 그랬다. 대학병원 갑상선 센터 쪽에 진료 봤더니 첨엔 콩 보다 작았던 혹이 3cm 정도 자라있었다. 의사는 이 정도 크기라도 아직은 수술이나 약물 등 다른 방법을 쓸 때가 아니라며 조금 더 지켜봐도 된다고 했고 그 말이 우리 부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2017년 11월 둘째가 태어났다. "야, 아이 한 명 있을 때랑 두 명 있을 때 비교하면 몇 배나 더 힘든지 알아?, 아이 두 명이니까 두 배 힘들 것 같지?, 천만에 3배 더 힘들어!" 나보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는 대학 동기한테 들었던 말이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그리고 둘째는 유난히 밤 잠을 설치는 때가 많아서 더 힘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가 아니라 아내의 목 상태였다.


"여보, 나 목 좀 봐봐. 혹이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어디? 그러네, 지난번 보다 조금 더 부은 거 같아."

"나 진료를 다시 봐야 할 거 같아, 검사도 다시 받고 말이야."

"그래, 빨리 예약해서 진료 보자."


아내는 왠지 혹이 더 커진 거 같다며 나에게 목을 보여줬는데 정말 목이 지난번 보다 더 부어있었다. 그리고 이젠 음식물을 삼킬 때 목에서 이물감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진행했고 며칠 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은 아내는 종양이 더 커졌다는 말과 함께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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