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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Jan 07. 2021

채식은 일탈이다

사전은 일탈을 이렇게 정의한다.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벗어남." 사전에서의 일탈은 마치 해서는 안 되는 일 같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일탈을 꿈꾼다. 일탈이라는 말에 설렌다. 그중 일부는 일탈을 경험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상상만으로 끝이 난다. 그건 일탈을 뭔가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탈을 이렇게 정의하면 조금은 쉬워진다. "지금으로부터의 벗어남" 내가 말하는 일탈의 재정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관습이나 대중 속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은 없는가? 만약 있다면 그것을 다르게 하는 것 그 자체도 일탈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을 바꾸는 일 또한 일탈이 된다.


음식은 하나의 습관이다. 식습관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식습관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의지에 의해 형성된다. 그 타인은 먼저 문화다. 문화는 다수에 의해 형성된다. 쉽게 한국은 김치, 일본은 스시, 미국은 햄버거와 같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대표적인 음식 문화가 탄생한다. 문화를 전달하는 주체는 부모님이다. 식구가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뜻하듯이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부모님과 비슷한 식습관을 갖게 된다. 그렇게 음식 문화는 전달된다. 그다음 타인은 식료품 회사다. 식료품 회사는 각종 다양한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마트에 진열한다. 우리는 과거에 있던 제품은 익숙해서 사고, 새로 나온 제품에는 호기심이 생긴다. Tv 속 연예인들과 먹방 유튜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어느 날 내 장바구니에도 그 제품이 담겨 있다. 식습관은 생기는 경로는 더욱 다양할 수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중요한 것은 식습관의 결정 주체가 타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식습관을 갖는다.


채식은 식생활에 있어서 일탈이다. 먼저 질문으로 시작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식습관에 질문을 던진다. '이게 진짜 내 몸에 좋은 건가?' 질문의 동기는 서로 다르겠지만 기존의 식습관에 대한 의심으로 지금까지의 식생활에서 벗어날 준비를 한다. 인생에 있어 일탈도 마찬가지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삶인가?', '너무 따분한데 뭔가 재미있는 일은 없을까?' 와 같이 여태까지 살아온 내 삶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일탈이 시작된다. 둘째 환경에서 벗어난다.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먹는 음식은 비슷해져 가는 게 사실이다. 채식을 하면 기존의 식생활에서 벗어난다. 가장 먼저 냉동식품, 가공식품, 배달음식 등 대중 음식을 덜 찾는다. 동시에 과거 먹은 음식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일탈도 실천을 통해 가장 먼저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벗어난다. 장소가 바뀌면서 내가 만나는 것이 모두 바뀌고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일탈은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거나 사회에 큰 무리를 일으키는 일도 아니다. 단지 지금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 그 자체다. 채식,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것을 권유하고픈 일상 속 일탈이다. 채식 만으로도 충분히 일탈을 즐길 수 있다. 일탈은 상상만으로는 2%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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