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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Vada Oct 03. 2024

새컨드 잡

네트위킹 비즈니스

매달 빳빳한 캐시로 그달마다 필요한 생활비를 주던 남편이 2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던 공장문을 하루아침에 닿는다고 한다. 자바시장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리고는 힘들어서 생활비를 더 이상 못준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라고?
나도 나름 따로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라 월급 받는 게 있긴 하지만 대학입학을 앞둔 딸과 이제 대학입시 시험을 앞둔 아들에게 돈이 은근 많이 들어가는 중이다.
집안에 케쉬가 메말라가다 보니 나는 이제 미용실을 못 가서 집에서 염색을 하고, 마켓도 웬만하면 자주 안 가고, 친구들과 가끔 만나 저녁을 먹던 횟수도 줄어들고 있다.
씀씀이가 헤펐던 내가 갑자기 아끼려니까 스트레스가 쌓였다.
안 되겠다, 세컨드 잡을 가져야겠다 싶어서 예전부터 주위에서 권유한 네트워킹 세일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비타민 좀 사줘', '화장품 좀 팔아줘' 라며 눈 딱 감고 얘기했더니 순순히 팔아주었다.
어라~ 되게 쉽네! 그렇게 주위 친구들에서 점점 아이들 친구 학부모들에게, 교회분들에게, 회사동료들에게 판매 영역을 늘려 나갔다. 그러나 두어 달을 달려왔더니 카톡 연락처가 탈탈 다 털렸다.
두세 달 만에 꿀맛 같은 세일즈를 맛보았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이제는 SNS를 뒤져 보았다. 의외로 오랫동안 전화 연락 못한 친구들이 꽤 있었다.
다시금 뻔뻔함을 무기로 참 오랜만에 어려서 같이 남미에 살던 친구에게 연락해 보았다. 30대 초반의 풋풋한 얼굴들이 이제 희끗희끗 낼모레 오십들이 되어 나를 반겨준다.


세상살이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인가 보다. 그 15년 사이에 둘째가 태어나고, 집을 사고, 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암수술을 받으시고.. 우리의 밀린 얘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마치 필름이 빠르게 지나가듯..

친구는 나의 연락을 많이 기다린 듯했다. 나의 야속함에 나 또한 너무 미안해서 왜 연락을 먼저 못했냐고 물어보았다. 15년이 후딱 지나가 버린 것이 아쉬워서 원래 본목적이었던 세일즈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 한채  한동안 아쉬운 지난 시간들을 다시금 붙잡아 보며 그렇게 해후했다.

마침 집에 있던 그의 아들들을 소개해주는데 너무 다들 잘생겼다. 아빠를 많이 닮은 듯하다. 하긴 결혼 전에 정말 잘 나갔었지,  권상우 닮았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1-2주에 한 번은 꼭꼭 연락하며 지낸다. 연락 못한 지난날들을 보상하듯 카톡을 수시로 보내는듯하다. 오래된 친구의 장점은 십몇년을 못 보고 지내다 다시 만나도 엊그제 만난 사이 같다.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힘들고 짜증 나는 일들도 있었지만 또 나름대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일들이 펼쳐졌다.
나에게 숨겨져 있던 세일즈에 대한 열정을 찾을 수 있었고 또 이런 기회로 멀어졌던 인연들과 다시 연락을 취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카톡이건 문자건 전화통화던 한번 시도해 보자! 나보다 훨씬 반가워하는 친구가 내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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