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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수 Jul 01. 2019

조직,  원리와 규칙 중 무엇을 따를 것인가?

규칙과 통제, 그 은밀한 유혹에 대하여...

최근 많은 조직들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밀레니얼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세대의 구성원이 등장해서인지,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어서인지, 시대가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해서인지, 이 모든 요소들이 뒤섞여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직 입장에서는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혼돈과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는 새로운 개념과 대안을 찾으려 한다. 빠르게 안개 같은 상황을 정리하고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들려오는 말들 중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용어들을 묶어보면 다음과 같다.



유사한 특성이거나 상호 강화되기 쉬운 부분을 구분한 것으로, 이 2가지의 분류는 이분법적으로 나뉘거나, 좋고 나쁨의 대상이 아니라 특성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한 조직 안에서도 다양한 특성이 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작은 단위 조직의 기민한 실행을 강조하고 있는 경향은 확연히 눈에 띄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동안 위계가 강조되고 하향식(top-down) 의사결정 중심이었던 우리 사회에는 반가운 변화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분류 1과 2에 추가할 부분은 규칙 중심의 조직(rule-based approach)원리 중심의 조직(principle-based approach)이다. 규칙(rule)은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대상이며, 통제와 규제의 기준이다. '지시'와 '지침'대로, '규정'과 '매뉴얼'대로 라는 표현이 조직에서 많이 오가고 있다면, 규칙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원리(principle) 중심의 조직은 정해진 세세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 중심이 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접근방식 역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그간의 조직이 많은 규칙을 가지고 위계적으로 통제해왔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에 발맞추어 조직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지금 속해있는 조직 역시 이 고민을 가지고 있다. 조직에 존재하는 원리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꼽을 수 있고, 다른 조직에 비하면 '규칙'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할만하다.


이 조직에서 구성원의 자율성은 아래와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스스로 결정하되, 결정하기 어렵다면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것 또한 어렵다면 '위원회'를 구성한다.'


존재하는 규칙은 '식사비용은 9천 원'과 경조사비 기준, 안식/연구 휴가 정도가 생각나는 전부이다. 그 외 몇 가지 더 있었던 듯한데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하다. 출퇴근 시간도, 연 휴가일수, 정량화된 평가지표도 정해져 있지 않은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상황에 따른 고민이 생기고 CEO를 향해 '규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구성원의 목소리에 대하여 CEO는 규칙을 만드는 것은 '통제(control approach)'가 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규칙 몇 가지 만든다고 자율성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와, 혼란과 고민을 겪느니 통제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것이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좋을지는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도 많다. 적은 인원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은 어찌어찌 해결해나갈 수 있겠으나, 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는 '원리'의 강조만으로 운영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규칙이 생기면 이에 따르면 될테니 불필요한 고민과 논쟁이 줄어들고, 조직은 구성원이 이를 준수하는지 평가하면 되는 일이니 여러모로 효율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고민들을 반복하면서 '규칙'이 고민을 줄여주는 유혹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 몇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1. 규칙은 만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우리 조직에서 연 휴가 일수를 정한다고 상상해보았다. 모두에게 똑같이 휴가가 연 15일이라고 한다면, 경조사로 인한 휴가도 정해야 하고, 병가 등 다른 상황에 따른 휴가 기준도 필요해진다. 차등적으로 정해진다면, 연차를 셈하지 않았던 회사인지라 기준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시스템과 규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변수를 감당할 수 없으니,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추가하거나 기존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큰 틀의 규칙만 만들면 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큰 틀의 규칙이라는 것이 어디까지인지와 큰 틀이 결국 원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를 고민하게 된다.


2. 규칙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간, 고민은 멈추어지고 의사결정에서는 소외된다.

정해진 규칙대로 하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뜻 답답함과 혼란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이는 곧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됨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규칙이 과연 마음에 흡족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벗어나고 싶었던 그 사소한 일을 결정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쌓여가는 규칙들 속에서 또 다른 답답함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3. 조직 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원리 중심의 조직은 구성원 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작동할 여지가 많다. 이 여지로 인해 원리를 해석하는 개인의 결정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다양한 구성원들은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원리 중심의 조직운영은 구성원들의 소통과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조직 내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대화(dialogue), 개개인의 높은 의사소통 스킬, 안전하고 편안하게 발언할 수 있는 조직의 심리적 안전 분위기, 이를 조성하는 리더와 퍼실리테이터 등 많은 방법들이 필요할 수 있다.


4. 규칙을 정하기보다 원리를 공유하고 해석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을 정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자원의 투입(input)이 필요하다면, 그 자원은 규칙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조직이 가진 원리를 명확히 하고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많은 조직들이 조직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수의 구성원의 행동을 일일이 규칙으로 통제할 수 없고, 구성원의 동기를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자율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감의 온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5. 원리를 담은 최소한의 규칙을 마련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어쩔 수없이 마련해야 하는 규칙이 있고,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 있다. 조직의 미션, 핵심가치와 같은 원리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규칙들이 있다면, 가능한 최소화 하여 마련하되, 상위법과 마찬가지인 원리를 지향하는 방향의 규칙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조직은 없다.

완벽한 리더도, 완벽한 구성원도 없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실험이 있을 뿐!

그 실험이 재미와 의미있기를 위해 오늘도 한 걸음, 함께 내딛어보자!



[참고]

유호현 <이기적인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2019, 스마트북스

이재현 <건강한 조직> 2017,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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