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메리 Sep 12. 2021

"함께 죽이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 - 건파밀셰



와 미쳤다 올해의 영화는 무조건 이거야


지난주. 나는 <샹치-텐 링즈의 전설>을 보며 그렇게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양조위가 너무 멋있었고...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고. 별안간 사랑에 빠져버렸고. 그래서 단언컨대 그렇게 외쳤다. '샹치가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but she is... 딱 일주일 만에 나는 '최고의 영화'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그랬다. 올해 최고의 영화는 단연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였다.



어린애잖아요, 살려야죠


영화  주인공 샘은 잔혹하기 그지없는 킬러다. '문제가 생기면 처리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문제 처리' 적법하지 않다는 것뿐. 샘은 회사가 시키는 곳으로 가고 그곳에서 시키는 대로 사람을 죽인다. 그런데 졸지에... 어느 유괴사건에 휘말려버린다. 샘은 단순하게 결정한다. "어린애잖아요, 살려야죠" 그렇게 '회사' 등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회사를 등진자의 피비린내 나는 생존이 그려진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병원에서 1:3으로 싸우는 액션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손쉽게 장정 셋을 처리했던 이전 시퀀스와 달리, 이번에는 엄청난 핸디캡이 주인공 샘에게 주어진다. '헐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겨?' 관객들이 초조해하며 마음을 졸이는 찰나. 샘이 지키던 에밀리가 그녀의 손발이 되어주기 시작하고. 둘은 상상도 못 할 조합으로 기관총을 들고 덤비는 사내들을 제압한다.


"눈 감고 있어"


한마디로 악당들을  조져버리고, 다시  어린  도움을 받아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라니... (입틀막) 나는  순간 완전히 샘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함께 죽이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


영화 속에서  대사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같이 죽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같이 죽이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 라는 대사를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사람이 샘의 엄마인 스칼렛이라니... 근데 정말 그랬다. 엄마가  딸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 딸을 정말 사랑한다면 함께 죽일  있어야 하는  아닌가. 나도 모르게 여자-엄마가 해줄  있는 지킴의 범위는 '같이 죽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편견을 총질하며 날려버려 준다.  영화는 그랬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같이 죽어주는' 엄마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엄마는 다르다.  딸을 위해서라면 같이  놈들을 지금 당장  죽이는 편을 택한다.






당신의 심장을 들여다보세요


마지막 장면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에밀리와 찰떡의 합을 이루어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 그리고 여성들이 함께하는 멋진 동행의 마무리까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 와씨 뭐지? 겁나 멋있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이렇게  여자들만 나와서 쳐부수는 영화가? 근데 너무 멋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데? 아니 진짜 기가 막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감동에 젖어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OST를 들었다. 비가 오던 날의 밀크셰이크. 볼링장에 가방 하나로 쳐 부수던 액션씬. 도서관이 거대한 무기고가 되어 적들을 맞이하는 비장함과 지성미. 그리고 난데없이 총을 갈기며 피를 흩뿌리는 타란티노적 쾌감까지.


누군가 내게 올해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라고 말할 것이다. 우아함을 잃지 않고 폭주하는 액션 영화라는 게 참 힘든 건데…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 어려운 길을 완벽하게 걷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유 없는 고통을 견디는 법,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