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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Oct 02. 2021

어떤 영화는 평생의 추억이 되어 남는다, <후아유>





"다음 파란불에 같이 건너자. 둘이, 같이."




어떤 영화는 평생의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는다. 2002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후아유가 내게는 그렇다. 이 영화를 처음보고 조승우와 사랑에 빠졌다. 그 당시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는 영화 <후아유> 속 조승우였고, 그 덕에(?) 내 아이디는 한동안 영화 속 조승우의 아이디인 '멜로' 였다.



넷플릭스 덕분에 옛 한국영화를 찾아보는 일이 수월하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해피엔드>, 그리고 이번주에는 <후아유>를 선택했다. 다시 보면 촌스럽지 않을까 했지만, 그 시절의 아바타, 검색엔진 라이코스, 투박한 휴대폰등이 오히려 소소한 재미와 그 시대의 분위기를 나타내주어 좋았다.



영화는 언뜻 <유브 갓 메일> 을 떠올리게한다. 두 사람은 채팅으로 마음을 털어놓는다. 채팅으로 만나는 사이라고만 생각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안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서 본인이 채팅 속 남자임을 밝히는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고백하고 현실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물론, 두 영화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유브 갓 메일>은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로 시종일관 밝은 색감과 유쾌한 이야기로 펼쳐지고, "사실은 걔가 나야" 라는 남자의 고백 이후에도 1도 사랑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아유>는 조금 방향을 다르게 설정한다. "걔가 너라고? 난 걔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어"



2002년 영화, 10년도 더 지난 영화지만, <후아유>의 감성은 오히려 지금의 청춘을 많이 연상케했다. (당시의 벤쳐는 흘러흘러 지금의 스타트업이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향해 꿈을 꾸지만 녹록치 못한 현실. 예나 지금이나 청년들이 느끼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그 쉽지않은 방황속에서도 속 마음을 터놓을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설렘. 당연하게도 그 귀결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사랑이다.








이나영이 담은 불안한 청춘의 얼굴이 너무 좋았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에서도 그랬지만 이나영은 방황하는 20대를 그리는것에 너무 완벽하다) 조승우의 현실에 찌들었지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도 너무 좋았고, 조심스레 마음을 내보이던 고백과, 혼란스러워하는 이나영의 손을 잡고 걷는 마지막 장면도 너무 좋았다. 아,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한국영화. 그리고 지금도 너무 사랑하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랬다. 이런 시절이 있었다. 한국영화에도 설레임을 느끼고, 우리의 모습을 그리는것 같은 기분좋은 동질감을 느낄때가 있었다. 영화 <후아유>가 그랬고, <연애소설> 이 그랬고, <동감> 이 그랬고, <인어공주>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영화는 어떠한가(...) 너무너무 아름다운 청춘시절의 이나영과 조승우. 그리고 영화 엔딩에 흘러나오는 챠우챠우를 듣노라면, 누구나 희망으로 가득찬 2002년으로 돌아가 벅찬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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