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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Apr 19. 2024

몸마음을 살리는 봄나물 밥상

자연이 좋아 시골로 귀농하신 엄마가 내게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가장 좋은 치유음식은 제철음식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것들은 다 때에 맞게 나온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유방암 수술도 받으셨고, 비위도 약하시고 자주 몸살을 앓던 분이셨는데, 귀농하신 후 정말 아프신 모습을 본 적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지셨다. 그 비결 중 가장 큰 요인이 시골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음식을 드시는 것이라니, 나도 자연스레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초봄에는 냉이와 여린 쑥, 달래를 된장국에 넣어 먹는데, 4월 중순쯤이면 늘 두릅 생각이 난다. 쌉싸름하고도 달큼한 맛에 입맛이 돌고,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다른 철엔 맛보기 힘들어서인가, 왠지 안 먹고 가면 서운하고도 허전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봄나물의 씁쓸한 맛은 약해진 간의 기운을 북돋아 피로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며칠 전에 엄마는 엄마와 이웃 분들께서 직접 기르신 상추와 쪽파, 부추에다가 데친 머위, 산나물, 취나물, 은개나물에 쌈장, 빡빡장, 양념간장, 초고추장, 매실청, 생강청, 감식초 등을 보내주셨다. 마침 장을 봐둔 두릅도 있어서 봄나물 한상을 차려보기로 했다.

엄마, 아빠에게서는 모든 음식은 가장 맛있을 때 나눠먹는 것이라는 것을 평생 몸소 보여주셨기에, 나도 손님들과 이웃을 초대해 봄날 밥상을 나누었다. 연잎밥도 찌고, 루꼴라와 딜과 타임이 들어간 허브샐러드, 도토리묵도 하고, 다슬기 된장국도 끓였다. 그릇이 모두 비워질 때까지 가득 나물들을 먹고 나니 온몸과 마음이 다채로운 초록빛으로 물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밥을 먹고 간 친구가 '몸의 심지 마음의 뿌리까지 다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어. 지구의 기운이 잔뜩 느껴지는 계절의 밥상이었어.'라고 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며칠 뒤엔 두릅을 손질해 고기를 구워 풍성한 상을 차렸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우리 땅에서 돋아난 제철 나물인지, 올봄에는 가족 모두 감기 한 번 하지 않고 건강히 보냈던 것이 참 감사하다.

정말이지 매번 아낌없이 주는 자연도 고맙고, 엄마도 고맙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는 것도 모두 참 고맙다.


앞으로도 몸이 기억하고 원하는 제철 음식들을 잘 챙겨 먹으며, 함께 밥상을 나누는 이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으는 밤이다.


#달리아일기 #봄나물 #봄밥상 #달리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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