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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l 21. 2022

손웅정 씨를 닮은 낡은 자전거의 아저씨

도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워

엊그제 아침, 남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었다. 남산타워까지 올라가는 길은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어서 내려갈 때는 쉽지만 올라올 때는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가게 된다. 내려가는 길이었던 나는 마음에도 심장에도 여유가 있었다. 중간 즈음 내려가다 보니 건너편에 생소해 보이는 자전거가 한 대 올라오고 있었다.


사이클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말 아침에 남산에 올라가면 그들의 사이를 뚫고 올라가는 게 민망할 정도로(모두 남자들이라) 사이클을 타시는 분들이 남산 정상 아래에 있는 버스 정류장 근처에 소복이 앉아들 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완벽한 복장에 멋져 보이는 사이클을 옆에 두고 내려가기 전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사이클이 내려가는 건 늘 보는데 올라가는 건 본 기억이 없다. 올라가는 길은 내가 모르는 곳에 따로 있는 건가?


그런데 자전거 한 대가 내 맞은편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늘 봐왔던 완벽한 복장의 선수들이 타는 그런 멋진 사이클과는 거리가 먼, 오래되어서 의자 커버가 찢겨 있는 낡디 낡은 자전거였다. 그 위에는 작은 체구의 60대에서 70대 사이로 보이는 남자분이 타고 계셨는데 상의를 탈의하신 상태라 갈비뼈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아주 깡마른 체격이었다. 오르막길을 오래된 일반 자전거로 오르려면 허벅지뿐만 아니라 온 몸에 엄청난 힘이 필요할 텐데 작은 체구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페달을 밝아서 조금씩 오르고 계셨다. 셔츠를 입어도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힘든 오르막을 오르는데 티셔츠가 방해가 되는지 상의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땀만 뻘뻘 흘리시면서 오직 앞만 바라보며 오르시는 것이었다. 쿠바에서는 상의를 탈의한 남자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보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라 아저씨의 모습은 꽤나 낯설게 다가왔다.  


멋진 사이클만 보다가 이런 생소한 광경을 마주치게 되니 신기해서 걷다 말고 멈춰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저 아저씨는 아마도 수십 년간 낡은 자전거를 타며 힘들게 남산을 오르셨겠지. 아저씨의 자전거를 보니 남산뿐만 아니라 더 힘든 곳도 다니셨을 것 같았다. 오직 앞만 바라보며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는 아저씨를 보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도구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신데 힘든 것에 도전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감동이기도 했고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아저씨,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을 키워낸 아버지인 손웅정 씨를 닮은 것 같았다. 얼굴도 체격도 비슷해 보였다. 손웅정 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존경을 금치 못했는데, 산길에서 스쳐 지나간 이 아저씨도 괜히 존경스러웠다.


힘든 일에 도전을 하고 이루어내는 모습은 나이와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 마음에 강한 울림을 준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하는 오늘, 아저씨를 떠올리며 소박하지만 가슴이 웅장 해지는 새로운 날을 만들어보리라 살포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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