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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Nov 29. 2021

키보드

도둑

주말에 엄마 아빠 집에 갔었다.​

딸은 도둑년이라더니 

진짜 많이 가지고 왔다.


주차장에서 집까지

4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짐을 옮겼다.

​​


이번엔  괜찮은 것들을 많이 건졌다.​


레이스로 덮인 밀크 초콜릿색 무스탕

사놓고 지하에 놔둬서 있는지도 몰랐던  담요

이젠 작아서  입는다는 잠바

이젠 운동  해서  입는다는 룰루레몬 운동복들

사놓고 화려해서  번도  입었다는 모자 달린 랄프로렌 

  입었는데 나이에  맞게 너무 화려하다는 타임 스팽글 카디건

예전에 많이 사두었다는 쟈딕 스카프들

나이 들어 보인다고 그동안  가져갔던 소매에 비즈가 있는 까만 스웨터


그리고 살짝 보면 애플 같기도  얄팍한 키보드


그래, 일단 이 키보드만 있으면 컴퓨터로 글 쓸 때 목이 안 아플 것이야.


근데 핸드폰으로 쓰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지금 굉장히 어색하다.  번을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처음 모뎀을 접속할 때 생각이 난다.

유니텔에 들어가 채팅이라는 것에  들여서 새벽까지 채팅을 했었지.

단체방에서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빠르게 손가락으로 해야 

놓치지 않고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대화에   있었다.


그래서 키보드 연습 프로그램까지 찾아서 혼자 연습하곤 했었는데..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거라 했다.


키보드를 배우는 것도 이 방법이 가장 빨랐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 걸까


내 방에서 화면을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좋아한 걸까.


키보드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먼저 배운 나는

그래서 글 쓰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새로 연결한 키보드는 적당한 높이에 적당한 끈적임을 가지고 있다.

큐브의 너비와 높이도  손가락과  맞아서 편안하다.


아마도 

 키보드는 재미있는 연애 상대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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