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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Feb 23. 2024

스마트폰과 로봇 이모님

교재는 현재형, 스마트폰은 업데이트 중


"교재 만들자. 어르신들이 독학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자"


스마트폰 강사 친구 3명이 뭉쳐서 스마트폰 교재를 만들고 있다.

작년에 기관에서 어르신들과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수업을 하다 보니 교재가 꼭 필요했다. 


우선은 그날그날의 수업분량에 대해 프린트물을 만들어서 나눠 드렸지만, 수강 인원이 많으니 프린트하는 시간과 잉크 비용도 만만치 않다. A4용지 한 장 가득 만들어 드리자니 메모할 공간이 없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이렇게 프린트된 것이라도 받으니 정말 좋다고 진심으로 반기셨다.


수업을 하다 보면 작은 노트에 열심히 메모를 하신다. 설명을 듣는 시간보다 메모하는 시간이 더 많아 한 문장 메모하고 나면 다른 설명 중이라 표정이 난감하시다. 


슬쩍 물어본다. 메모하신 거 집에 가면 알아보셔요? 했더니 사실은 봐도 모르겠다 하신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해도 잘 모르겠단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러 다니려면 메모보다 많이 만져보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것도 해본 사람들이나 익숙하지 않을까?


집집마다 개인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대략 1980년 중반부터로 기억한다. 그 이후 삐삐가, 스마트폰이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없으면 안 되는 휴대장비로 다가왔는데, 전화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절인 것이다. 


지금 스마트폰 교육을 받는 어른들은 한참 중년의 시기에 PC를 알게 되었고,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것들의 성장이 너무 급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배우니 또 다른 세상이 어서 나를 알아내거라~~~ 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것만 같은 거다.


그래도 문화센터에서 주민센터에서 열심히 배우시는 분들의 말씀은 한결같다.

“알고 나니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데, 모를 때는 자식들에게 매번 아쉬운 소리 해야 하니 답답했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어르신 중에는 퇴직 전에는 명망이 높으신 분들도 많으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계문명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뿐이다.




AI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으로 기계문명은 더욱더 변화되어 갈 것이고, 실생활에서도 기계와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식당에 가면 테이블마다 테이블오더용 태블릿이 있고, 툭 툭 툭 몇 번의 손놀림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한다. 꽤나 합리적이다.


주문을 받는 이와 주문을 하는 이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잘못된 주문에 대한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모님, 이모를 부르던 우리들의 식당에서의 애칭은 점점 태블릿 이모님이 대신해 주고, 띵똥벨로 우리의 의사가 전달된다. 그리고 로봇이모가 음식을 안전하게 가져다준다. 이러다가 모든 상점이 로봇 청년과 이모님들이 판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극장을 가면 매표소 직전에 매표기계가 있다. 아직 손이 재빠른 직원들이 응대하지만 아마도 70%는 온라인 사전예매와 기계에서 뽑는 상영권을 가져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만해도 영화를 본다면 미리 예매를 하고 가니까 말이다. 직원들과의 만남은 콜라와 팝콘 등 간식을 구입할 때뿐이다. 살짝 걱정된다. 이러한 간식코너도 점차 로봇이 그 자리를 채워가게 되지 않을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데 지금처럼 빠른 변화라면 곧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사족 같지만, 가끔 이런저런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로봇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들에게는 쓸데없는 말을 거는 중년의 아줌마로 비칠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그들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아마 이런 내가 “라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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