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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Aug 08. 2024

안 아픈 손가락 새끼손가락

우리 엄마는 어디 있나



"제까짓게 뭐 할 줄 안다고!"

"해달래서 하는데 또 그딴 식으로 말하면 나 안 해. 직접해"


사건은 이렇다.

며칠 전 주문한 돌소파가 도착한단다. 부랴부랴 서둘러 본가로 갔다.

마침 시간 맞게 돌소파를 가지고 온 기사님은 빠른 속도로 조립을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현관벨과 통화 음량이 안 들리니 AS 요청을 대신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누가? 내 엄마 아닌듯한 그 엄마가~


모니터 판매 회사로 전화를 건다.

 LTE급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는 통화버튼을 눌러 자동연결을 기다리면서 현관모니터를 터치해 본다.

설정에 들어가면 보일 텐데 잘 안 보인다.


AS : "여보세요"

필자 : "안녕하세요. 음량조절버튼에 대해 문의하려고 하는데요~"

AS : "네. 잠시 확인을.. "


갑자기 엄마가 큰 목소리로 당신의 요구사항을 말한다. "벨소리가 안 들려서 답답하다고"

엄마말소리에 섞여 상담원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필자 : "엄마 잠시만 기다려봐."

"..."


다시 설명을 들으려는 찰나, 퉁명한 엄마의 말이 가슴에 또 못을 박는다. 

그분 : "지까짓게 뭐라고 잘난 척이야. AS 부르라는데 그거 하면 되지?"

필자 : "잠시만요..."

어찌 어찌 상담원과의 통화를 끝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다 확인했다.


"엄마,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앞으로 이런 거 엄마가 직접해. AS 부르래서 통화중잖아. 엄마말소리 때문에 안 들려서 조용히 해달라는데 왜 또 짜증내고 사람을 무시하려고 해?"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버린다. 주변에 엄마지인과 설치기사님도 같이 있던 상황이다.


창피하고 한심스럽지만 지금은 내가 엄마를 대하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이다.

나도 엄마도 체면이란 게 있으니 사람들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럼 안된다. 그러기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 이참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엄마를 분석하면 박사논문 3개쯤 나올 것 같다는 말을 우리 자매끼리는 자주 주고받았다.

엄마들이 말하는 내 인생을 말하자면 책 12권이 나온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엄마를 분석 중... 내 속에 있는 엄마 한정 <심리분석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상황 1 : 현관벨 소리가 안들린다고 딸에게 말한 엄마는 딸이 조용하라고 하는 지시형태에 화가 났다. 자신의 말을 자꾸 막는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 것이다. 엄마는 분명 화가 났다. 엄마가 부탁했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입을 막는 딸이 괘씸해 진것이다. 친구앞에서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그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딸이다.


원인 : 내가 조용하라고 했기 때문, 그리고 엄마의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엄마는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쏟고 쏟아도 더 쏟을 게 많은 사람이다. 엄마는 누구도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말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문제 : 그녀는 당신이 내뱉는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옆에만 지나가도 피가 철철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고,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도 되는 새끼 손가락이니까, 당신의 감정만 다독임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황 2 : 돌소파 설치 후 행복한 마음 가득한 그녀는 누구나 하는 자랑타임을 갖는다. 

"우리 B가 사줬어~"

"뭐래? 난 B이 아니거든.(순간 엄마가 딸의 이름을 잘못 기억하나 싶어 철렁했다)"

"아니, 너 언니가 사줬다고~"

"이것저것 합친 거잖어. 그리고 내가 구입하는 거 도와줬잖아.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하~ 치사스럽다. 이런 것도 생색내야 한다니... 딸이라면 당연히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맞다 치사한 거.. 근데 그 치사한 걸 해야 내가 숨을 쉰다.(사족 같지만 난 엄마로부터 가스라이팅이 뭔지 알았다)


결과 : 싸움 혹은 하고 싶은 말 해버리기

결국 한마디 해버렸다.

"내 앞에서는 네가 사는 거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언니 앞에서는 네가 사줘서 고맙다고 말하면 안 돼? 그럼 언니도 좋고, 나도 좋은 거잖아. 나한테는 고맙다는 말 한 번을 안 하냐?"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결국 고맙다는 말 못 들었다. 마지막까지 둘째가 사준 거란다.


당신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가끔 한다. 다만, 단 둘이 있을 때만 마음 표현을 하신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는 나를 대하는 태도는 정반대이다.

살찐 몸을 지적하거나, 삶이 곤궁함을 한심스럽게 여기느라 퉁박을 주기 일쑤다.

무엇보다 같은 용돈을 드려도 나는 생전 용돈 드린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네가 한번이라도 나한테 용돈 준 적이 있니?"라고 가족들 앞에서 말할 때 깨달았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프지 않은 두 손가락 중 하나구나~라고


쇼핑지름신이 도진 엄마는 거실 테이블 인지, 일인용 식탁인지를 사야겠다고 사 오란다.

욕심과 허세가 동시에 나온다. 청유형이 아니라 명령형으로 말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난 더 이상 이 집의 딸이 아니다. 그 기간도 무제한으로 늘어날 것이다.

주문형 방문도우미 겸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내 역할이 바뀐다.

조용히 가방을 들고 본가를 나선다. 결국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부여안고 그 자리를 피해야 했다. 앞으로 그 어떤 것도 엄마를 돕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해 버렸다. 내가 할 도리는 할 테지만 개인적으로 엄마를 도와야 하는 것은 다른 형제들에게 양보할 생각이다. 양보는 미덕이니까~



"B 던 C 던 D 던 불러서 하셔. 난 그만 빠질 테니까"



나도 따뜻한 말을 해주는 엄마를 갖고 싶다.

나도 가족모임에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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