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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Apr 02. 2024

된장찌개의 마무리는 육수의 전설로


언제부터였을까? 음식을 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내가 만들 그 음식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몸을 만들려고 운동을 시작할 무렵부터라고 하는 게 맞을 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운동센터까지 30분 걷고, 필라테스 1시간, 러닝머신 30분, 기구운동 30분, 집까지 30분 걸어 돌아온다. 도합 3시간의 운동을 한 셈이다. 집에서 주로 해 먹는 편이라 뭘 먹어야 할지 상상하는 시간이 제법 즐겁다.


머리에 떠오른 그림대로 음식을 준비하고 먹어보면 상상한 그대로의 맛이다.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때부터 누가 뭐 먹을래? 하면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른다. 만약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면 그리 배고프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사설이 길었다. 핵심은 <정성>을 넣어 만든 <뚝배기 된장찌개>와 <육수의 전설>이다.


엄마가 담은 된장 한 스푼에 청국장 한 덩어리를 작은 뚝배기에 담는다. 

된장찌개는 무조건 뚝배기다. 고깃집에서는  대부분 뚝배기에 담아 나온다. 그것이 맛의 핵심이다. 사발에, 유리그릇에, 양은에 담겨도 뚝배기만 못하다. 심지어 나는 그 뚝배기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냉동실을 열어 손질해 둔 냉동 채소들을 꺼낸다. 파 한 움큼, 애호박 대여섯 개, 버섯 조금, 양파 조금, 마늘 한 티스푼 무심하게 툭 넣는다. 계량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맛을 좌우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바글바글 한소끔 끓었을 때 고춧가루 반 스푼 넣어 알큰한 맛을 낸다. 


음식은 스피드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배 속의 그 녀석은 참을성이 없다. 뚝배기의 80% 부분까지  물을 부어준다. 표표한 손놀림으로 서랍을 열어 <육수의 전설> 한포를 부어준다. 25가지 재료를 함축했기에 기본 육수맛, 건강한 채소맛, 해물과 고기의 콜라보 감칠맛이 가득하다. 


 오늘 저녁 식탁에 대한 나의 정성은 간을 봄으로써 마무리된다. 자고로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한다는 울 엄마 지론이 백번 지당하다. 적당히 심심한 맛은 뭔가 5% 부족하다. 살짝 짭조름한 순간이 가장 좋다. 그래야 달큼한 백미밥과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계란말이, 감자볶음, 김치, 된장찌개, 꽈리고추 조림 차려내고 오도카니 기다리면 된다.


하나, 둘, 셋

띠 띠 띠 띠리리

현관문이 열린다.

문을 열자마자 집안에 가득한 내음에 그의 얼굴은 비로소 편안한 미소가 가득하다.


밥솥 뚜껑 열어 밥을 푼다.

어때?

이제 살 것 같아!  최고야. 진짜 맛있어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고 했던가? 중학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글귀가 떠오른다.

뻔한 반찬이면 어떠랴. 허기진 위장 채워주는 따뜻한 밥과 국이면 그만이지. 

그리고 맛있어져라 주문 넣던 내 정성 통하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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