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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Apr 04. 2024

엄마의 전화를 피했다.

딩딩딩딩 딩딩~

딩딩딩딩 딩딩~


받지 않았다. 전화를 피했다.


1시간 후 또 울린다.


딩딩딩딩 딩딩~

딩딩딩딩 딩딩~


이어 또 울리는 소리에 "싫어 안 해"라고 말하기로 마음먹고 심호흡하고 받는다.

"여보세요"

"웅성웅성... 뚝"


귀가 많이 어두워져 가는 엄마는 내 목소리가 안 들렸나 보다. 통화도 점점 쉽지 않아지고 있다.

주변의 소리를 짐작해 보니 친구와 함께 계신 것 같다.

걱정하는 그 상황이 아니라면 대략 내게 요구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약 타러 가야 해.

거실 소파 앞에 놓을 테이블을 사야 해.

무슨 기관에서 전화 왔어.


다섯 형제 중 엄마의 요구를 모두 받아내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다.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를 따지는 것은 유교걸로 자라온 내게는 의미가 없는 게 맞는데, 이젠 점점 의미가 있어져 간다. 다들 당연히 내가 하는 줄 알고 있고, 당연하게 늘 나를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식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엄마의 생각 속에 하찮은 손가락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먹거리를 다 놔두고 나의 자존감을 자꾸 갉아드시는 통에 6살의 기억까지 소환하고 있다.


나 말고도 전화받을 형제 많으니 이번만은 참자 라며 버티다 결국 또 상처받고 온 지 한 달이다. 허망하고 황당한 것은 이렇게 투쟁 아닌 투쟁은 나만 알고 있는 거다. 정작 당신은 내가 투쟁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고 있지 않다. 엄마의 유전자가 거의 100%인 줄 알았는데, 자식의 감정 따위 관심 없는 유전자는 내게 전달되지 않았나 보다. 나도 엄마의 감정 따위 관심이 없어보고 싶다.


MBTI가 IIFF가 아닐까 싶은 나와 IJTT인 것 같은 우리 엄마, 우리 사이는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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