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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kim Aug 16. 2021

나의 투쟁

21년 08월 16일

이제 NEW Sankim. 이번에야말로 새로 태어날 거다.


이 슬픈 운명의 시작은 바야흐로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그때의 나는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왜소한 아이였다. 운동장에서 줄 설 때면 1번은 항상 내 자리였고, 몸무게는 20킬로도 채 안되었었다. 초등학교 평균 몸무게가 25킬로 정도라고 하니,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족히 20프로는 작은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은 나의 건강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오랜 고민 끝에 나를 한의원에 데려가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간 그 한의원은 우리 동네에서 돌팔이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돌팔이로 낙인찍힌 그 한의원은 온갖 위협적인 말로 취사량에 가까운 양의 녹용을 비싼 값에 처방하였고, 우리 부모님은 그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 천문학적인 양의 녹용을 먹고도 살아남았지만, 그 후 나의 체질은 완전히 변했다. 키는 여전히 앞에서 1등이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살이 쪘다. 슬픈 운명의 시작,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이후,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살았다. 아마 몇몇 사람은 “네가 다이어트를 했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다이어트'는' 해왔다. 간헐적 단식부터 쌀 안 먹고 반찬만 먹기, 설탕음료 끊기, 하루에 만보 걷기 등등… 하나같이 꾸준히 실패해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정말 다르다. 이번에 새로 태어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New Sankim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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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긴 다이어트 실패 역사에 따르면, 다이어트는 매우 간단하다. 사람의 몸도 자연계의 한 부분. 그래서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른다. “나”라는 고립계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살로 저장되고, 반대로 외부로 나가는 에너지만큼 살이 없어진다. 고립계니 에너지니 어려운 말을 집어치우고, 쉬운 말로 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과학적으로 다이어트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이다.


덜 먹는 것. NEW Sankim가 되기로 작정한 이상 이제 적게, 더 정확하게는 더 낮은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음식은 4가지 지표. 맛, 가격, 칼로리 그리고 영양소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겐 좋은 음식이란 칼로리 대비 높은 맛과, 낮은 가격, 그리고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음식이다. 그래서 이 4가지 전부를 충족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나한테 이 4가지를 충족한 음식은 밥 괴도 김자반 선생님뿐이다.) 그래서 그중 하나둘은 포기해야 하는데, 나는 애석하게도 맛을 포기했다. 그래서 매일 저렴하지만 몸에 좋고 맛없는 닭 안심살에 양배추와 상추로 만든 샐러드를 먹고 있다. 먹을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 마음이 든다. 왜 사나 싶다. 혹독하다 혹독해.


그리고 더 움직이는 것. 이번 기회에 런데이를 시작했다. 런데이는 30분 내내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30일간 달리기 챌린지를 하는 앱인데, 그래서 매일 저녁 러닝 하러 나간다. 안동 생활의 가장 큰 복지, 낙동강변을 달리는데, 이건 참 좋다. 황금빛 윤슬이 서서히 쨍한 야경으로 변하고, 붉던 하늘이 서서히 차가워지는 여기를 달리면, 이곳이 한강이고 또 이곳이 센트럴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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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혹독한 다이어트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아직도 살 빠질 낌새도 없다.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이런 풀때기만 먹고도, 이렇게 일하고 또 이렇게 뛸 수 있다면. 나 혹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1등급에 달하는 초 인간이 아닐까?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 파커처럼, 특수 혈청을 받고 초인이 된 캡틴 아메리카처럼, 나도 시베리아 사슴의 녹용을 취사량 달여먹어, 툰드라 지역에서도 아사하지 않는 사슴처럼 극강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초인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세상은 점점 미쳐 돌아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름에 50도가 넘는 더위에 시달리고, 남미 정글에는 눈보라가 찾아왔다. 서유럽은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오고, 세계 곳곳에는 거대한 산불이 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캡틴 아메리카도 얼릴 추운 겨울이 온다면, 혹은 지구가 찜질방 한증막처럼 된다면, 그때 나는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1등급 사람으로서 기후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은 어머니의 큰 그림이 아닐까 하며 망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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