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실은통한다 Jul 04. 2020

10개월 아기의 미각 클라쓰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일어나자마자 분유 한 병 시원하게 먹은

아들에게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음~ 우리 아들 모닝똥 했구나?”

요즘 변비가 있어 응가를 할 때마다 있는 힘 다 주고
얼굴도 새빨개져야 겨우 변을 봤었는데,
편안하게 볼일을 치른 듯하여 내심 기특했다.
(엄마들은 알 것이다. 애가 똥 잘 싸는 것도 얼마나 기특한지;;; 에헴)

둘째의 엉덩이를 씻기고 용변 기저귀를 잠시 변기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첫째가 SOS를 쳤다.
혼자 옷을 벗다가 머리에 옷이 걸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서둘러 첫째에게 가서 옷을 벗겨주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주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싸~했다.
그렇다. 둘째가 조용하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악! 어떡해!!”

본능적으로 큰 소리가 나왔다.
맞다, 당신이 예상하는 그 일이 벌어졌다.
무슨 찹쌀떡 먹는 듯, 쩝쩝...
자신의 응가를 맛보고 있다니...!!!

10개월 아기인 우리 아들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간다.
입으로 느끼는 촉감이 가장 발달되는 시기를 거치고 있는 중인데, 그래도 그렇지...  

게다가 맛이 좋은 건지, 나를 보며 씩~  웃어준다.
미각의 클라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변비였던 우리 아들의 응가 모양새는 마치 찰흙으로 동글동글 빚어놓은 염소똥 같았고,
손에 쥐기도 편했으니 입으로 가져가는 건 당연했겠지.  

“우하하하하! 엄마 다일이 좀 봐~~ 똥 들고 뭐 하는 거야?
 으악!!! 근데 너무 웃겨 엄마! 하하하하하”

우리 큰딸은 동생의 모습에 배꼽이 빠져라 웃음이 터졌다.
나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응가를 빼앗는데, 누나의 웃음소리에 동생도 덩달아 깔깔깔~
그저 좋다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까지 하하하 웃어버렸다.

“엄마! 아기들은 원래 똥도 먹을 수 있는 거야.
나도 아기 때 그랬을걸?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엄마가 그냥 이해해 줘. 알았지?”

라고 말해주는 우리 딸.
그래. 네 말이 맞다!
뭐 별거 있나.
낳은 김에 키운다고,
육아의 세계는 오늘도 참 산뜻하다. ㅋㅋㅋ


응가 사건 후, 미용실 놀이 중인 딸램. 누나의 솜씨가 마음에 드는지 가만 있는 아들램. ㅋㅋㅋ

 

작가의 이전글 이 썩을 놈의 타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