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냄새로 기억되는 몇 가지 추억이 있다.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그 냄새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동생 분이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의사에게 이 말을 들은 지 22일째 되는 날이었다.
고대 안암병원 7층의 맨 구석방.
오롯이 우리 가족뿐이었다.
그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엄마는 갑자기 떡볶이를 시켜 먹자 했고
병실에서 풍기는 특유의 약 냄새와 함께
떡볶이의 매콤 달큼한 향기가 뒤섞여 있는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밤 8시 23분.
동생은 조용하게 영원한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는 남은 떡볶이 국물을 버리러
잠시 자릴 비웠고,
뚝뚝 떨어지는 산소 수치를 본 아빠는
급하게 엄마를 불러온다며 복도로 뛰쳐나갔다.
그 잠깐 사이였다.
부모님에게 그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인지
생일을 4일 남겨두고 동생이 떠나버렸다.
동생을 떠올릴 때면
코끝에 은근하게 스며들던 약 냄새와
뒤섞인 떡볶이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그리움의 한 조각일 뿐
가족이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매년 그 날짜는 다가오지만
다시는 오지 못할 그날의 향기는
가슴 깊은 곳에 묻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