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상점

순천의 중심을 먹기 알맞은 케이크처럼 반듯하게 갈라놓은 동천 둑길을 걷는다. 내리쬐는 햇살 덕에 목이 마른 나무들은 가지를 기우뚱 숙여 강물에 잎사귀를 적시고, 바람결이 건네는 손 인사에 떨궈진 굵고 가는 나뭇잎들은 강물과 맞닿은 채로 저편으로 흘러내린다. 후끈한 날씨 덕분에 어디선가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햇볕에 단단하게 정돈된 마른 길을 걷는다. 아스라이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 단정하게 정리된 사철나무 블록, 내 머리 위를 포근하게 감싸는 은행나무, 발아래로 버석거리며 밟히는 모래 알갱이. 이 모든 것들이 오늘의 하루에 딱 좋게 알맞다.        

순간 하늘에서 알알이 뭉쳐진 햇살이 방울져 쏟아진다. 갑작스레 떨어지는 6월의 소낙비를 피하려 모텔 숲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안쪽에서 쾌청한 공기 한 다발 밀려온다.     

오래된 책상 위에 감각을 뽐내듯 놓여있는 조화다발과 안내책자들, 섬세한 장신구들과 진열대 위에 놓인 자그마한 수공예 작품들, 희미하게 조명을 반사하는 집기와 용품들이 무질서하면서도 차분하게 자리해 있다. 어느덧 CD플레이어에서 흐르는 감각적인 음악에 취한 나는 내부를 서성거린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큰한 솜사탕 향기에 이끌려 뒤뜰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뒤뜰에는 빛나는 빨간색 그네가 없고, 거대한 떡갈나무 위에 오두막도 없었지만, 얼기설기 엮여 있는 돌바닥 사이마다 돋아난 잔디들이 오슬오슬 나의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공기 중에 아른거리는 햇살이 끈적끈적하게 피어오른 땀방울을 개운하게 말려낸다. 딱 좋다.  

   

이곳은 조곡동의 터줏대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유익한 상점이다. 무려 96년이나 된 구옥으로써 일제 강점기에는 여인숙으로, 그 이후로는 양복점으로, 오랜 세월 비워져 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무언가를 하는 전하는 유익한 상점으로 탈바꿈 되었다.     

 

유익한 상점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유익한 가치를 담은 다양한 제품들을 지역에 소개하는 착한 편집숍으로서, 과거 국제개발협력 NGO활동가였던 양진아 대표님이 경력을 살려 일상생활 속에서 지구촌과 지역 그리고 사람이 연결되는 유익한 지점을 만들고 싶은 꿈의 일환으로 상점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상점은 많은 물건을 취급하지는 않지만 지역의 숨은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의 역할을 감당하고,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이 자연에 해를 덜 끼치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유익한 제품인지 대표님이 직접 확인을 하고 물건을 판매 한다고 한다.     

 

또한 순천역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기에 순천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순천을 기념할 수 있을 무언가를 제작, 순천지역 로컬 창작자와 디자이너와 함께 공부하고 노력하여 ‘순천의 순간을 담다’라는 컨셉으로 10가지 시제품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익한 상점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생태라는 것을 손에 잡힐 수 있게 만들고 싶어, 부림제지라는 회사와 함께 밀크로드라는 우유팩 재활용 캠페인을 2020년부터 지금까지 진행중에 있다.      

“생태수도 순천”이라고 명명하지만 우리는 과연 일상에서 얼마나 생태적인가라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지금의 캠페인은, 주변 커피숍 사장님과 지인들에게 우유팩을 같이 모아보자고 제안하며 SNS에 이런 취지와 과정을 올리는 것에서 시작되어 지난 1년 동안 1만개 이상의 우유팩을 모았다고 한다.      

양지나 대표님은 우유팩을 모으는 건 ‘힙’한일이며 밀크로드가 손에 잡히지 않는 생태라는 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가이드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하셨다. 또한 우유팩을 모으는 것은 유익한 상점에 대한 사랑의 지표이자 생태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라고도 하시며 밀크로드에 참여하면 유익한 파트너스가 되고 3년에 1번씩 시상식도 진행 한다며 상을 받고 싶은 어른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 하셨다.      

유튜브채널 유익N https://www.youtube.com/channel/UCpZXOdJJoxG5FRxKxmc5DmA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ello_uikstore/

블로그 https://blog.naver.com/uikstore     

영업시간 평일 11~18시

일요일 13~18시     

이곳 유익한 상점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아주 특이한 가게다. 처음은 아주 작게 시작한 것 같지만 앞으로 모두의 참여와 관심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사람들과 연결된 유익한 것들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두에게 유익한 상점”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