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살기나 하자.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내가 잘 될 거라는 걸 믿으려고 억지로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될 것 같은 앎이란 느낌이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최근 연속으로 본 두 개의 콘텐츠가 공통으로 던지는 메시지이다. 첫 번째 콘텐츠는 김연수 작가의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는 유튜브 ‘TV러셀’의 병원장 인터뷰 시리즈이다. (개인적으로 병원장 인터뷰는 4부를 가장 추천한다!)
설날 연휴 마지막 이틀 동안 소비한 콘텐츠의 메시지가 같은 것은 우연이었을까? 근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고 맞는 리프레쉬 기간에 접한 메시지인만큼, 이 시기에 하필 이 메시지를 연속으로 얻어맞은 것은 보이지 않는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뜯어보기로 했다.
근 2년 간의 나는 ‘무기대주의자’였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쓰디쓴 교훈을 얻고 모든 일에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직장인의 냉혹한 진리를 막 알게 된 참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내 미래가 있었는데, 바로 ‘사주풀이 속 나’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미신을 믿느냐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사주는 생각보다 내가 미래를 긍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물론 안 좋은 점은 흘려들어야 한다.)
운 좋게도 나는 내가 지향하는 삶이 내 사주 속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내 전공과 직업이 사주상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직업이라는 해석을 들은 이후로는 더 자신감이 돋았고, 내 미래가 자연스레 그려지다 보니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힘든 시기에도 그냥 지나가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컴퓨터의 하드웨어, 미래에 대한 태도를 운영체제, 나의 생각/일 등 나를 이루는 요소를 소프트웨어라고 해보자. 운영체제를 아무리 업데이트하더라도 하드웨어의 성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서로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남는다. 또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기만 했는데,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더 편하게 바뀌어있기도 한다.
따라서 나라는 사람을 바꾸든 뒤엎든 저장공간을 추가하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문득 낙관주의자들을 ‘뜬구름 잡는 바보’ 정도로 생각했던 과거의 나가 조금 많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짧은 인생 경험한 바로도 일이건 사람이건 단점보다는 장점에 포커싱을 하는 경우에 평균적으로 얻게 되는 베네핏이 더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미래는 찬란하기로 정해져 있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힘든 시기들을 보낼 때는 찬란한 미래를 기억해 보자.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