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5년 차, 캐나다 생활이 준 변화
캐나다에서 6개월 살고 귀국한지 어언 5년,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졸업을 하고 쉴 새 없이 일을 했고, 어느덧 회사생활 4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그간 유학박람회 아르바이트를 종종 하며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무엇이 달라졌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정말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토익 점수 많이 올랐나요?", "프리토킹에 거부감이 없나요?"
주로 영어실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곤 하지만 영어 실력 이외에도 짧은 캐나다 생활이 준 캐나다 생활의 베네핏은 생각보다 많다. 그 중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영어권 국가에 반년을 내던져졌으니, 영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그건 사고다. 확실하게 6개월이라도 다녀오면 영어가 늘긴 늘지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현지에서의 영어 실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의지할 수 있는 한국인 친구는 필요하지만 여기가 서울인지 캐나다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어만 써대는 환경을 만들지 않도록 의식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외국인 친구들과의 식사 약속을 잡아서 밥을 함께 먹었고, 홈스테이 하는 집에서 밥을 먹을 때 귀찮아도 시시콜콜한 말을 꼭 하려고 노력했다.
캐나다에서 열심히 지폈던 영어에 대한 감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각자의 본업과 할 일이 있을테니 캐나다에서만큼의 영어 사용량은 안 나오겠지만, 영어 회화 클래스를 등록하거나 외국인들과의 토킹 기회를 많이 갖는게 좋다.
귀국 후 당시 학교로 복학을 했던 나는 영어 회화 교양 강의를 들었고, 이때다 싶어 토익스피킹 강의, 당시 학교에서 진행하던 점심시간 외국인 교수님과의 1:1 토킹 클래스 등을 수강했다. 확실히 다녀오기 전 대비 발음, 회화 실력과 영어권 국가에 대한 따끈따끈한 배경지식, 문화가 장착되어있었다보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하게 더 생겨났다.
(2)번의 연장선으로, 실력에 대한 가시적인 증명을 위해 영어에 대한 가장 좋은 시기를 틈타 영어 관련 자격증을 1년 안에 모두 해결해두는게 좋다. 물론 시험영어는 현지에서 사용하던 영어와는 달리 오직 '시험'만을 위한 영어기 때문에 적절한 시험 요령도 함께 익히는 게 중요하다. "캐나다 다녀왔으니까 오픽 AL은 그냥 나오겠지!"가 아니라는 거다.
나는 귀국 2개월 후 오픽 AL, 10개월 후 토익 910점을 취득했다. 직장생활에 찌들어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요즘 다시 영어 시험을 보라면 이 점수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험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다른 시기보다 최대 영어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기임은 확실하니 열심히 점수를 만들어보자.
캐나다에 다녀온 이후,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영어 실력보다 더 값진 가치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일단 한국과는 매우 다른 정서를 갖고 있는 나라다. 전체적으로 바쁜 분위기라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하는 모든 행동이 나에겐 감사한 행동이 된다. 실제 내가 겪었던 캐나다인들은 모두 작은 것들에도 감사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차레대로 기사님에게 Thank you 를 외치며 내리고, 학원에서 우리반 담임이었던 캐나다인 선생님은 자신이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만 해도 모든 친구들에게 한 명 한 명 Thank you를 외쳤다.
어찌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상이지만 이런 일상이 반복될 수록 행복감을 높아졌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도 내 예민한 성격으로 전쟁같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항상 감사한 점을 찾게 되니 숨 쉴만한 일상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나는 어쩌다보니 일본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할 뿐더러, 'I '성향이었던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유럽, 라틴아메리카권 친구들에 비해 일본인 친구들이 더 대하기가 편했다.
그 중 마음이 맞는 일본인 친구 몇몇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일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서로 서울에 올 때, 도쿄에 갈 때마다 연락을 해서 만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던 시기에 만났던 친구들인만큼 이 친구들을 만날 때면 다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각박한 일상 속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친구들이다.
흔히 '외국에 6개월 다녀온 애들이 가장 바람이 많이 들어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외국 살이의 단점보다는 장점만 보이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인생의 몇 안되는 행복한 6개월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혹여나 6개월 이하의 짧은 외국생활을 고민하고 있다면 고민 말고 그냥 가자. 그리고 돌아와서의 걱정은 조금 덜어두고 열심히 놀자. 워홀, 교환학생 등 각자 캐나다에서 먼 곳에서도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있겠지만 한국에서처럼 이걸 잘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두고, 추억들을 많이 쌓아두는 게 길게 봤을 때 가장 성공한 생활인 것 같다. 스트레스는 한국에서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