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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완 Aug 31. 2020

[인스타 동양철학] 음악을 사랑한 공자

공자는 반드시 앵콜을 요청했다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공자께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실 때, 

(그 사람이) 잘 부르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하였고,

뒤이어 따라 부르셨다.


  공자는 노래를 좋아했다. 그저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특히 노래방 가기를 즐겼다.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한 줄기 낙이었을까? 오늘도 노래방이 가고 싶었던 공자가 번개를 소집했다. 제자들은 물론이고, 낯선 이들도 함께 모였다. 모두 노래 한 가닥 뽑는다는 이들이다. '좋아, 날이다!' 소주 한잔 걸치고 노래방으로 직행. 초면의 사내가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키 따위는 바꾸지 않는다. 그대로 올라가는 아이유의 삼단 고음. 모두 부러움과 시기의 눈초리를 보내는 가운데, 공자가 크게 웃으며 외친다. '앵콜!'.


  유교를 이야기하면 마치 공식처럼 따라오는 키워드가 있다. '예의범절', '예의', '인사', '어른 공경'... 누가 유교를 그리도 삭막하게 만들었나? 공자의 주요 가르침에 '예'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가 '예'와 함께 '악(음악)'을 중시했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근엄하고 진지하고, 예의 차리길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우리 상상 속의 공자)인데, 그가 앵콜을 요청했다거나, 답가를 불렀다는 얘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공자를 '전남친'으로 여기기로 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누구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또 잘 불렀다. 음악 이론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연주도 했다. 그는 음악이 세상을 바꾸는 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배움이란) 시로 일으키고, 예를 통해 세우며, 음악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그때 대학가요제나, 미스터뽕짝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공자를 좀 다르게 기억했을 텐데!


  공자는 음악 하나(소악)를 듣고 세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어버렸다. 그 음악에 대한 생각으로 세 달간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는 뜻인데, 그때는 스트리밍도 없었을테니 딱한 마음이 든다. 새로운 노래에 푹 빠져도, 계속 틀어놓다 금방 질려하는 우리들과는 너무 다르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공자의 애정도 컸다.


  혹자는 공자가 사랑했던 '위대한 음악'과, '요즘 것들의 사랑 타령'은 다르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공자는 안회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며, '정나라의 음악은 음란하니 통치에 있어서는 멀리하라'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정나라의 음악은 주로 여남 간의 사랑을 노래한 세속 음악(대중가요)인데, 이 구절을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나라의 공적인 업무에 어떤 사람을 쓸 것'이고, '의례에는 어떤 음악을 써야 하는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부분을 '공자가 사랑 타령을 배척했다'라는 결론과 연결 짓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오히려 때와 장소에 맞는 노래를 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경(詩經)』에 정나라의 음악이 대거 실려있는 것은 어찌 설명해야 할까? 심지어 공자는 그 시경 300편 모두를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는 것(思無邪)'이라 부연하며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데!


   시경은 공자의 애창곡이 담긴 가사 모음집일 테다. 수록곡들의 연대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유명 최신곡 모음집으로 봐도 좋다. 스트리밍도, 노래방도 없던 시대. 이 '시경' 하나만 있으면 한곡 시원하게 뽑을 수 있었으리. 어디선가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그것을 즐기는 자만 못하다.'


  삶은 배우고, 또 즐기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순한 욕망의 분출이나, 소위 '막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자는 이런 음악을 통해 인간의 도덕과 배움을 완성하고자 했다. 음악은 우리의 삶을 더욱 바르고 멋지게 만들어준다. 고단하고 바쁜 삶 속에서도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또 누군가는 연주하며, 그 가사의 울림과 멜로디에 위안 받는다. 정풍이든, 소악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저 음악은 멋진 것이다. 공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보너스로 공자의 애창곡(18번) 리스트인 '시경(詩經)'의 한 수를 소개하며 마치겠다. 정나라 음악이다. 생동감 있는 전달을 위해 현대적인 의역을 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지금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有女同車 顔如舜華

한 여자와 같이 버스를 탔는데~

그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워~ wo~


將翱將翔 佩玉瓊琚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그 귀걸이 소리~


彼美孟姜

洵美且都

강 씨 성을 가진 아름다운 girl~

정말 Fantastic~



 본 글은 2020년 2학기 영남대학교 도전학기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인스타로 만나는 동양철학(가제)'의 일부분입니다. 공식 인스타 계정(www.instagram.com/insta_dongyang)과 동시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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