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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완 Aug 20. 2020

[인스타 동양철학] 블로그 검색에서 배우는 것

형식은 있으나 내용이 없는 것, 내용은 있으나 형식이 없는 것.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내용이 형식보다 우선되면 투박하고, 형식이 내용보다 우선되면 겉만 번지르르하다.

형식과 실제 내용이 조화를 이룬 뒤에야 군자가 된다.


  가끔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다 보면 쉽게 허탈감을 느낀다. 일명 '낚시글'을 쓰는 일부 블로거들이 그 범인이다. 앞에서의 '내공냠냠'이 질문자를 화나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검색자를 분노케 하는 부류다. 알찬 그림과 다채로운 이모티콘을 활용해, 마치 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 그저 조회수나 벌어보려는 심보다. 각기 다른 블로그임에도 그들은 내용 면에서 놀랍도록 유사하다. 아래는 그들의 몇 가지 공통점이다.


1) 지나치게 친절하다. 도대체 언제 봤다고, 아주 친근한 안부인사를 전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2) 블로그에 내장된 기본 이모티콘을 많이 쓴다. 그만큼 스크롤바가 늘어나니, 제법 분량도 많아 보인다. 검색자를 더 허탈케 하는 주범이다. 

3) 해당 주제가 얼마나 인기가 많고, 자신도 그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내용만으로 몇 줄을 채운다. 이건 처음부터 '나는 알려줄 마음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4) 막판에는 꼭 이웃 신청을 요구한다. 도대체 이웃이 되면 뭘 얻을 수 있는데? 날강도가 따로 없다.

5) 블로그는 온갖 스킨과 메뉴로 휘황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거늘!


  장황하게 늘여 썼지만, 그들의 행태는 '겉은 번지르르하나, 내용이 없다'로 요약될 수 있겠다. 괴상한 이모티콘과 사진들로만 점철된, 그저 예쁘기만 한 블로그를 원해서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꾸미기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허탈감을 느꼈다는 것은, 이미 낚였다는 것이고, 낚였다는 것은 낚일만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회수 하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과 노력을 들였을지... 생각만 해도 눈물겹다!


  그들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이유는, 완전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대단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통찰을 담았다 할지라도, 아무런 꾸밈없이 빽빽한 글로만 차있다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을 것이다. 흔히 겉모습보다 실속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실속에만 신경 쓰다 겉모습을 놓쳐서도 안된다! 이는 필자가 본 시리즈(인스타 동양철학)를 집필하며 늘 갖는 고민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그림 편집을 통해 전달하면서도, 그 내용 면에서도 충실하고 싶다. 하지만, 그 두 지점을 조화시키는 것은 늘 어렵다.


  평소 주나라의 예법을 흠모했던 공자가 블로그를 검색하다 저런 게시물을 많이 맞닥뜨린 모양이다. 허탈했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도 괜찮은 그림과 이모티콘을 활용한 포스팅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죽간에 글만 늘여놓는 게 무슨 소용인가? 남들이 날 알아주려면, 겉모습도 신경 좀 써야 한다. 공자가 말한다. 그 둘을 잘 조화시켜야만이 진짜 '군자(이상적인 인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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