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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희 Sep 01. 2021

꽃사과

너와 함께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자유와 집중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

아이가 셋이나 생겼을 때,

뭐라도 해보려고 기타를 붙잡고 있다가

노는 아이들의 발길에 그 기타가 부러졌을 때,

저는 기타를 팔고 몇년간 음악을 쉬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 여리고 말랑한 시간에

저도 아이가 되어 그 눈높이로 함께 놀았지요.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쓰고. 웃고, 울고

어쩌면 '진공관 속의 시간' 같던 그모든 날들이 행복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저의 본적지인 종로로 이사를 했고

집 앞 빨간 꽃사과 나무 아래를 오가며 많은 계절을 보냈습니다.


아지랑이 여름 해가 아이스크림 녹일 때

외투깃을 올려주며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 말할 때

아직 작은 그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해주었지요.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내 작은 친구들아

어른이 되면 참지 못할 일도 없다지만

굳이 모든걸 참을 이유도 없단다.

늦어도, 부족해도 모두다 괜찮아,

누가 뭐래도, 너는 세상 하나뿐인 너야.'


_


<꽃사과>


꽃사과


골목길에 구름 눈송이가

웃음위로 퍼져갈 때

집앞나무 작고 빨간 꽃사과

하나둘씩 익어갈 때


​나는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온맘을 다하는

사랑을 주어 고마워

작은 너의 손 잡으면

모든게 미안하던 나


​_

베개맡에 불러주던 노래

​​​​모든 벽엔 너의 그림

기억나지. 함께 찾던 별자리​

손바닥에 적어준 시


나는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

​​모두다  괜찮아

누가 뭐래도 너는 너

네 머리카락, 발자욱

이 세상엔 하나뿐


​온맘을 다하는

사랑을 주어  고마워

작은 너의 손 잡으면

모든게 미안하던 나


_

먼훗날에 세상 속에 나가

외로움이 널 찾을 때

​베개맡에 불러주던 노래

여전히 널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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