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섯살,늘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몸보다 큰 가방
엉성한 시멘트 발린 수돗가에는 물기 마를 날이 없었다.
4평 남짓했던 마당엔 몇 포기의 풀, 이젠 잘 볼 수 없는 쇠 펌프, 붉은색 고무대야, 주황색 바가지가 햇빛에 바래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다섯 살.
오래된 그림 한 장처럼 이 장면이 기억나는 것은 내가 자주 마당에 나와 멍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인데,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해서 늘 어딘가 멀리 가고 싶어 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길가에는 흔한 맨드라미며 이름 모를 풀들이 자랐던 것 같다.
눈을 감으면.
그 작은 마당 한구석, 늦잠을 자고 나와 게으르게 쬐던 햇볕, 하얗게, 오렌지처럼, 칠흑처럼 아른대던 빛.
눈을 감으면.
내 곁엔 항상 어디선가 받은 낡은 트렁크가 있었는데 툭하면 거기에 인형, 옷가지, 아끼는 장난감들을 넣어 집을 나왔다. 엄마가 빨래하는 틈을 타 그 바퀴 가방을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할머니네 가겠다고 울기도 자주 울었다.
나는 다섯 살.
늘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여기가 아닌 저기’
‘여기’가 없는 ‘저기’
_
조동희 에세이 <술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