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자유와 집중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
아이가 셋이나 생겼을 때,
뭐라도 해보려고 기타를 붙잡고 있다가
노는 아이들의 발길에 그 기타가 부러졌을 때,
저는 기타를 팔고 몇년간 음악을 쉬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 여리고 말랑한 시간에
저도 아이가 되어 그 눈높이로 함께 놀았지요.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쓰고. 웃고, 울고
어쩌면 '진공관 속의 시간' 같던 그모든 날들이 행복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저의 본적지인 종로로 이사를 했고
집 앞 빨간 꽃사과 나무 아래를 오가며 많은 계절을 보냈습니다.
아지랑이 여름 해가 아이스크림 녹일 때
외투깃을 올려주며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 말할 때
아직 작은 그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해주었지요.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내 작은 친구들아
어른이 되면 참지 못할 일도 없다지만
굳이 모든걸 참을 이유도 없단다.
늦어도, 부족해도 모두다 괜찮아,
누가 뭐래도, 너는 세상 하나뿐인 너야.'
_
<꽃사과>
꽃사과
골목길에 구름 눈송이가
웃음위로 퍼져갈 때
집앞나무 작고 빨간 꽃사과
하나둘씩 익어갈 때
나는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온맘을 다하는
사랑을 주어 고마워
작은 너의 손 잡으면
모든게 미안하던 나
_
베개맡에 불러주던 노래
모든 벽엔 너의 그림
기억나지. 함께 찾던 별자리
손바닥에 적어준 시
나는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들
모두다 괜찮아
누가 뭐래도 너는 너
네 머리카락, 발자욱
이 세상엔 하나뿐
온맘을 다하는
사랑을 주어 고마워
작은 너의 손 잡으면
모든게 미안하던 나
_
먼훗날에 세상 속에 나가
외로움이 널 찾을 때
베개맡에 불러주던 노래
여전히 널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