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있을까
’천천히 살아가는 것'과
'나태하게 사는 것'을 동일시 할 때가 있다.
천천히, 그 순간을 즐기며 걷고있는 사람과
귀찮아서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불평뿐인 사람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느린 사람'들은 모두
물 밑에서 어제의 자기와 경쟁하는 중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 가는걸 좋아했다.
파로호, 서호, 양수리등...호수나 강가에 주로 갔는데 그럴때면 작은 배를 타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깊숙히 들어가곤 했다.
그 작은 배는 언제나 뒤뚱뒤뚱 해서
어린 마음에 재미있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깻묵을 개어 떡밥을 만든 후 낚시바늘에 붙인다.
그러고는 작은 내 팔의 반경에서 최대한 휘둘러 멀리 던진다.
그러고는 5분 ,10분,한시간,두시간..
‘대체 왜 저 작은바늘 움직이는거에 목숨 건 사람처럼 이러고 있을까’
잡은 물고기를 놔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궁금증은 더 증폭됐다.
‘이런걸 대체 왜 하는거야..
교통비에 재료비에..물고기 사서 먹으면 더 싸겠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젠가 내가 집안일로 힘들어 할 때 오빠가 말씀해주셨다.
“동희야,내가 아버지한테 받은건 별로 없지만 이 얘기는 늘 가슴에 새긴다.
아버지는 낚시하실 때 낚시줄이 꼬이면 낚시를 안하고 밤새 그걸 푸시더라.
그거 몇원도 안하는걸 말이야..
그냥 끊어버리고 새 줄을 끼우면 되지.
그런데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낚시줄이 꼬일 때마다 풀어내지 않고 싹둑싹둑 잘라버리면, 뭐 하나 되는게 없다.
네가 꼬이게 한건 네가 풀어야지’
너도,
네가 꼬이게 한건 네가 풀어라”
이젠 모두 내곁에 없지만
아버지도,오빠도 그저 그 한마디로 나를 안아주었다
지금껏 그보다 큰 교훈이 없다.
기다림,
책임.
느린 사람들은 오늘 비우면 내일 받는걸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색이 내일의 한 점으로 장식되는걸 보는 사람.
그때, 어린 내가 타던 그 작은 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