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동희 Jan 06. 2020

느린사람

그 작은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있을까



천천히 살아가는 '
'나태하게 사는 ' 동일시  때가 있다.

천천히,  순간을 즐기며 걷고있는 사람과
귀찮아서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불평뿐인 사람이
어떻게 같을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느린 사람'들은 모두
 밑에서 어제의 자기와 경쟁하는 중이다.

어렸을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 가는걸 좋아했다.
파로호, 서호, 양수리등...호수나 강가에 주로 갔는데  그럴때면 작은 배를 타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깊숙히 들어가곤 했다.

 작은 배는 언제나 뒤뚱뒤뚱 해서 
어린 마음에 재미있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깻묵을 개어 떡밥을 만든  낚시바늘에 붙인다.
그러고는 작은  팔의 반경에서 최대한 휘둘러 멀리 던진다.
그러고는 5 ,10,한시간,두시간..

대체   작은바늘 움직이는거에 목숨  사람처럼 이러고 있을까

잡은 물고기를 놔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궁금증은  증폭됐다.

이런걸 대체  하는거야..
교통비에 재료비에..물고기 사서 먹으면  싸겠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젠가 내가 집안일로 힘들어   오빠가 말씀해주셨다.

동희야,내가 아버지한테 받은건 별로 없지만  얘기는  가슴에 새긴다.
아버지는 낚시하실  낚시줄이 꼬이면 낚시를 안하고 밤새 그걸 푸시더라.
그거 몇원도 안하는걸 말이야..
그냥 끊어버리고  줄을 끼우면 되지.
그런데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낚시줄이 꼬일 때마다 풀어내지 않고 싹둑싹둑 잘라버리면,  하나 되는게 없다.
네가 꼬이게 한건 네가 풀어야지

너도,
네가 꼬이게 한건 네가 풀어라

이젠 모두 내곁에 없지만
아버지도,오빠도 그저  한마디로 나를 안아주었다
지금껏 그보다  교훈이 없다.

기다림,
책임.

느린 사람들은 오늘 비우면 내일 받는걸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색이 내일의  점으로 장식되는걸 보는 사람.


그때, 어린 내가 타던  작은 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커피와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