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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Dec 11. 2022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간, 지금

독백

그리움은 지금을 놓쳐버리면 사라진다.

친구들의 얼굴이 없는 잔을 든 사진이었지만 행복했고 반가웠다는 글 만으로도 그리웠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학교의 풍경이 그려졌다. 그리고 33년 만에 친구들과 찾았던 그때로 돌아가 초등학교의 닫힌 교문 사이에 눈을 대고 빼꼼히 들여다보았다. 살아온 나이만큼 작아져버린 학교였지만 좋았다. 나를 온전히 드러냈던 그 시절이었다. 작고 어린 여자아이로 살아도 좋은 그때의 나를 세상에 지친 눈으로 바라보았다. 원래의 나와 보이는 내가 틀렸던 나 그리고 우리.

내 인생은 사계절을 닮았다던 친구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행복은 몸에 좋지만, 정신 인함을 발달시켜주는 것은 바로 슬픔이다."라는 보통씨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자다. 그러다 행복인지 불행인지 슬픔인지를 구분 짓지 못하는 멍한 상태의 내가 되기도 한다. 나라도 내게 잘 살고 있다고 최면을 걸지 않으면 수분을 탈탈 털린 나뭇잎처럼 만지면 부스러 질 것 같 때도 있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지기 마련인가 보다. 내가 내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붙잡고 살아가는 나 그리고 우리.


우정이란 "...... 우리가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혼자는 아니라고 믿게 만들려고 하는 거짓말."

그 거짓말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나 그리고 우리.

잃어버리고 나서야 얻게 되는 미련하고 가혹한 방법으로 또다시 일어서게 되는 삶이라는 것은 반복의 연속이다. 옆에서 보았다 한들 당사자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세상은 미궁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한 명이라도 공감해주는 이를 찾는 것도 살아가는 일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온전한 나의 편을 만드는 일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지우개를 활용한다.

잘못한 건 흔적이 남지 않게 박박 지우면서 살아간다.

얼마 남지 않은 지우개의 모퉁이를 움켜쥐며 오늘도 살아간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내가 내게 주는 최악의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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