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담 Dec 23. 2022

별명과 본명사이

이름이 뭐예요?

카톡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단톡방을 제외하고 일주일도 넘게 광고와 택배사에서만 연락이 왔다.

누구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구나.

슬펐다.

내가 먼저 안부를 묻지 않으면 소식이 없는 사람들.

그들은 카톡 친구일까, 그냥 친구일까.

친구라고 하기에 너무나 멀어진 우리는 남이었다.

남보다도 못한 우리가 되어버렸다.


서른아홉에 만난 우리는 참 잘 지냈다.

잘 웃는 그 사람을 나는 '우서라쌤ㅋ'라 저장했다.

민*이 혼자가 남아있는 오후 6시가 되면 우리는 힘을 모아 청소를 했다. 가끔은 민*이 손을 잡고 산책 겸 분리수거를 했다. 서로서로 돕고 서로서로 신뢰하는 우리였다. 가감의 셈을 하지 못하는 그 사람과 나였다.


마흔두 살 가을에 내가 이사를  했고, 처음엔 연락을 주고받았고 한 번 만났다. 가끔씩 바뀌는 카톡프샤를 보다 한두 번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고 우리는 잊히고 잊혔다. 십 년의 무게는 30분 거리지만 30년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것 같이 묵직했다. 


지난 주말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10년의 빈 시간은 40분의 대화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부모님, 아이들. 남편의 안부를 묻고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그때 우린 젊었었어'

쉰둘이 바라보는 서른아홉은 돌이라도 씹어먹을 수 있는 나이라며 깔깔댔다.

'꽃피는 봄에 꼭 만나자'는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겐 특별한 '봄 바라기'를 해 볼 참이다.


나는 연락처를 나만이 아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는다.

미키,말린 대추, 흰개미,사돈,백데렐라,바나나.....

그런데 급하게 연락할 때 별명이 생각 안 나서 전화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에게 온 카톡.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초장에 내 기억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잠자는 나의 카톡을 깨워 준 당신~

이름이 뭐예요?

작가의 이전글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간, 지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