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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ul 09. 2023

지금은 나 혼자 안 산다

그런데, 나 혼자 살 때는?

.


체해서 소화제를 자주 먹는 나는 1년에 한 번 위 내시경검사를 받는다. 노노와 둘이 된 뒤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갔더니 보호자를 데리고 오란다. 일반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그 뒤로 나는 내가 내 손을 꼭 잡고 일반 검사를 받는다. 15년째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 노노에게 마취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노노가 자란 뒤에도 눈물 가득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일반으로 받는다고 하면 누구는 나보고 독하다고 한다. 그래 그런 면이라도 있어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제 건강검진을 끝내고 [나 혼자 산다] 재방송을 보는데 처음 보는 뮤지컬 배우가 카레가루를 넣고 부추부침개를 만들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침이 꼴깍 넘어갔다. 곧장 마트로 달려갔다. 먹을 때까지는 몰랐다. 쌓아두지 않고 설거지하는 잔상까지 남을 줄은. 하룻동안 열심히 닦았다.


학창 시절 친구와 만나도 죽을 때까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하고 한숨을 내쉬며 멍하게 있다. 사노요코의 「이것 좋아 저것 싫어」 154p

2년 전만 해도 이 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2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12시.

'꽁당보리밥'에서 쩡을 만났다. 우리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있었고 미래에도 '돈'은 들어있지 않았다. 아직 덜 늙은 건가? 현실감이 뒤떨어진 걸까?


육십이 넘으면 반나절만 일하리라. 그리고 남은 평일의 시간은 내가 부러워하던 사람으로 남으리라 생각했다.

(평일에 카페에 가기, 영화관 가기,  놀러 가기 등등) 그래서 나이든 그날 기다리며 살았다. 그러나 하나 두울 더해지는 나이에 비례하듯 아픈 곳이 하나 두울 더해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해놓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나이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뒹굴기만 했던 주말에도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간다.  유난히 날씬해진 허벅지가 눈에 띈다. 빠진 근육을 채울 수는 없을지언정 더 이상 빠지게 안 리라 이 악물며 계단도 오르내린다.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다. 나는 나 혼자 사는 내 노후를 어떻게든 대비해야 한다. 돈이 없으니 근육이라도 키워야 한다.

그때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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