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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Apr 19. 2024

아홉번째 프리다이빙(펀다이빙)

4.19 - 미야코지마 시모시지마 펀다이빙

섬의 섬에 왔다. 이번 오키나와는 미야코지마에서 머물면서 바다에 매일 들어가는 것이 목표. 

그리고 배운 프리다이빙을 바다에서 해보는 것. 

원래 18일에 예약을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하루 미뤘다. 18일 새벽엔 천둥번개가 쳤다. 

19일엔 날이 개었다. 일어나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아침을 먹었다. 호철이 준비해준 토마토와 샐러드, 전날 남은 참치회와 베이컨 볶음주먹밥. 물에 들어갈 때는 배고픔을 느끼는데 다이빙 하는 시간에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에너지를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아침을 먹는다. 


만나기로 한 해변은 길 한복판. 미야코지마에서 이케마 섬으로 들어가서 또 작은 다리를 건너 시모시섬으로 들어간다. 이 작은 지역에 공항이 두 개나 있다. 작은 공항 옆 해안이 만나기로 한 장소. 이미 많은 차들과 다이빙 업체가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다. 얼마 후 나른해 보이는 다이빙 선생님이 오셨다. 길에서 수트를 입고 벨트를 차고 핀을 들고 바다로 갔다. 


해변에서 3m 정도 떨어진 바위 위에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신발을 올려두는 바위가 있다. 육지신발이 거기에 모인다. 안심하고 신발을 맡기고 핀을 갈아신었다. 마스크와 스노클을 끼고 핀까지 신으니 진짜 다이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배를 타지 못하고 헤엄쳐서 스팟까지 갔다. 그리 멀지 않으니 사실 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얕은 곳에서 연습으로 덕다이빙을 하고 본격 9-10m스팟으로.


가는 길에 차차 바다에 홀려버린 듯 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무서움과 동시에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이게 내가 모르는 바다였구나. 깊고 푸른 산호의 땅. 이 지구에서 가장 낯선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본 것 같은 느낌. 이 때부터는 다이빙이고 긴장이고 뭐고 내 몸의 느낌과 생각을 서서히 놓아버린 듯 했다. 그냥 바다에 떠 있는 시간 안에 있는 것 같았다.


핑크색 니모를 보러 내려가고 몇 번 내려갔다. 선생님의 안내가 별로없고 알아서 준비호흡을 하고 내려가야하는 상태라 약간 혼란스러웠다. 조금 더 충분히 시간 여유가 있거나 주고받는 신호가 있었다면 조금 더 편안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시내랑 대화를 충분히 하고 들어가야지. 


선생님이 중간중간 바위 협곡의 터널을 보여줬다. 이 협곡을 통과하는 것이 펀다이빙의 문화인가보다. 우리들이 건너갈만한 터널 몇 곳을 보여줬다. 동굴 거리가 긴 것 같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준비호흡을 하는 중에 두려운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단 아래를 보되 앞을 보지말자. 다이나믹 45m보다 훨씬 짧다. 스태틱 기록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이다. 나는 이미 이것을 해보았다. 별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두려운 것보다 터널 안에서 보는 빛이 더 멋졌다. 선생님이 따라들어와준 덕에 좋은 영상을 건졌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감각이었다.


5m정도의 수심으로 이동해서 한창 산호를 구경했다. 산호가 너무 아름답다. 나무만큼 신기하고 다채롭다. 물살이들이 이제 별로 무섭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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