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볕이 좋았다. 오랜만에 철봉에 다리를 걸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직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할 수 없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한번 매달려보는 거 외에는 별로 알 방법이 없다.
인스타 만화에서 누군가 2000m 수영을 했다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어 첫 장거리 수영에 도전했다. 수영장 강습에 떨어지고 자유수영을 하면서 얻은 스킬(?)은 힘을 빼고 천천히 수영하는 법이다. 강습을 할 때는 누가 쫓아올새라 몸에 힘을 잔뜩 주고 항상 숨이 찰 때까지 수영을 했는데 혼자 수영하니 느긋하게 천천히 하는 게 몸에 익었다. 다리를 덜 차고 몸통의 힘을 빼고 여유있게 숨을 마시고 오래 내쉬면서.
2000m는 어려워도 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보통은 100m에서 쉬는 편인데 처음으로 쉬지 않고 계속 가봤다. 300m를 넘고보니 생각보다 몸에 힘이 남고 숨이 차지 않았다. 천천히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발차기도 천천히 호흡도 천천히. 앞에 아주 느리게 수영하는 페이서 2명이 있어서 뒤에서 속도를 맞추어 따라갔다. 하다보니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워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각난 수영장 바닥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숨을 뱉을 때 길게 생긴 공깃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열 바퀴를 돌았다. 장거리 수영은 수영이라기보단(?) 다이빙을 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힘과 호흡의 일. 그러니까 물 명상이랄까...... 나른하게 물에 절여진 첫 장거리 수영....
일기를 쓰지 않은 채로 몇 달이 지났다. 뭔가를 쓰고 있지 않으면 막 쓰고 싶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 않았다. 많이 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쓸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신에 일을 많이 했다. 일은 하면 할수록 무겁다. 하고 싶은 게 많을수록 빚만 느는 것 같다. 그게 너무 무거워서 한달동안 식단 조절을 했다. 이렇게 뭔가를 많이 해야하는 시기에 뭔가 하지 않는 걸 선택해서 좋았다. 내년에는 조금 덜 했으면 좋겠다 그게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