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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이의 하루를 따라다니다

마켓자란 이은주 대표를 통해 본 지방 도시에서 기회 찾기

모든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보령이란 도시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 다닐 때 한 번 대천해수욕장으로 학교 방송국 수련회를 왔었고 또 한 번 친구 둘과 삽시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있을 뿐이다. 내게 보령이 조금 특별해지게 된 것은 남편의 세 번째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가 나온 직후다.


남편의 책이 나오고 요조 씨가 배려해 준 덕분에 홍대 책방무사(지금은 없다)에서 1일 서점원을 했다. 그날 인스타그램에서만 알던 보령의 자란님이 서점에 방문해 주셨고 책을 열 권이나 구매해 우릴 놀라게 했다. 자란님은 남편의 팬이라 하셨는데 남편보다는 내가 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더 어른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만났다. 실없는 농담을 하고 때론 진지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든 후론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는데 자란님에게는 대책 없이 무장해제되어 마음이 끌렸다.


이런 끌림은 자연스럽게 그가 사는 지역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던 몇 년을 제외하고 보령에서 나고 자란 보령 토박이다. 지금은 보령의 농수산물을 소개하고 수배하여 판매하고 부모님께서 지은 농산물을 가공해 우리 식탁에 오르게 한다. 그리고 틈틈이 지역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강연한다. 이런 그는 누구보다 보령의 삶에 관심 갖게 한다.


나 역시 지방에서 살기를 고민하던 중 그를 알게 된 것이라 자연스럽게 보령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보령에 와 보았고 심지어 한 달 살기를 하며 집을 알아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누링글스는 여기에서


하루 동안 일하는 그를 따라다녔다. 자란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누링글스’라는 간식용 누룽지가 있다. 첨가물이 안 들어 그야말로 먹기 편하고 이쁘게 만든 누룽지이다. 자란에게 누링글스를 공급하는 곳은 보령에서 가까운 홍성의 한 자활센터다. 이 자활센터가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던 차에 자란님과 인연이 닿았고 자란님은 제품에 브랜딩을 더해 판매를 시작했다. 덕분에 이 자활센터는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자활센터로 누링글스를 가지러 가는 자란님을 따라갔다. 그분들께 자란님이 어떤 존재인지 그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일정은 요즘 제철인 꽃게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었다. 그는 점심 시간 즈음이 인스타그램(@_zaran)으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 주로 보령의 식재료를 소개하고 이를 이용한 간단한 요리법을 제안하며 요리 시연 후 시식한다. 사람들은 이 방송을 통해 제철 음식을 알고 건강한 음식 팁도 얻는다. 아무튼 꽃게탕과 찜으로 방송을 하고 그 음식을 같이 먹었다.


마켓 자란 인스타그램


새벽에 일어나 부모님과 고사리를 꺾고 꽃게를 사 와 손질해 고객에게 소개하고 자신이 발굴한 거래처에서 물건을 픽업하고 중간중간 고객상담도 처리하는 그를 보았다. 자란님의 업무와 함께 한 하루, 지방 도시에선 일거리가 없다는 것은 찾지 않는 이들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누구나 자란님처럼 할 수는 없다. 영리하고 부지런한 것은 기본이다. 필요한 공부를 쉬지 않는 것은 원동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은 그에게 새로운 일이 자꾸 보이게 만든다.


홍성에 일부러 우리 부부를 데리고 가 그곳에 있는 충남도서관을 보여 주었다. 새로운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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