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영 작 연출 연극 <텅 빈 아이>
<쉘터>에 이어 안소영 작가는 다시 청춘의 아픔을 무대에 올렸다. 나는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랬다.
하늘은 짧은 직장 생활 후 3년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가까스로 나간 곳은 물류회사의 포장센터. 그곳엔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청춘들이 모여 일한다. 30대 중반이 넘도록 알바로 사는 이, 동성을 사랑하는 이, 한방을 기대하며 코인에 투자하는 이. 이들에겐 크게 희망이나 미래가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하늘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를 만나지만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다. 하늘은 이런 자신의 상태와 마음을 가상의 친구 ‘아이’에게 털어놓고 이런 장면들이 조금씩 알려지며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안소영 작가는 자신 주위에서 모티브가 되었을 듯한 청춘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그들을 그 자리로 내몬 것은 자신일 수도 사회적 폭력일 수도 아니면 자본주의의 속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계몽은 없다. 오히려 한 발 어렵게 나아가면 그만큼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이 청춘의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데뷔작 <쉘터>처럼 솔직하고 가감 없는 화법으로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나가는 이 작가를 응원하게 된다. 아직은 조금 거칠고 이야기의 레이어가 다소 평면적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된다. 안소영 작가의 다음 청춘이야기를 기다린다.
아, 이다혜 배우 그 큰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고 움직임은 작은 바람에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슬픔을 증폭시키는 눈이다. 좋다.
극단 골목길 작품 @golmokkil_official
안소영 작 연출 @ahnsoyoung1202
이다혜 @dadorocy
곽지수
박종호
박성환
김민승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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